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두산그룹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면 주가가 액면가 5천 원보다 높은 지금이 적기라는 시선이 많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최근 정부의 그린뉴딜의 수혜회사로 주목받으면서 지난달 20일부터 액면가를 넘어선 뒤 급격히 상승했다. 현재 주가는 1만 원 선을 오가고 있다.
지금이 적기라는 시선이 많은 이유는 주가가 액면가보다 높으면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반대의 상황에서는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주총회를 열고 특별결의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이 때 주주들이 유상증자를 반대할 공산이 크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안에 1조 원을 마련하기로 채권단과의 약속했는데, 유상증자에 보통 2~3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유상증자를 위한 시간도 많지 않은 셈이다.
두산의 오너일가는 이미 유상증자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2분기 두산중공업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이 0.04%에서 0.64%로 높아졌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제3자 배정증자(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제3자를 신주인수자로 배정)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나오는 실권주들을 오너일가가 인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권주는 기존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인수되지 않거나 인수가 되었어도 납입기일까지 납입되지 않아 권리를 상실한 잔여주식이다.
이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6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그룹 모든 직원에게 “두산과 두산의 대주주들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에 참여해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유상증자 참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두산솔루스와 지주사격인 두산의 모트롤BG사업부의 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격 두산이 두산중공업 지분을 44.86%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지분율을 비슷하게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적어도 4천억 원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두산이 2분기 별도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355억 원에 불과하다.
두산솔루스가 매각되면 지주사격인 두산뿐만 아니라 오너일가 모두 유상증자 참여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두산솔루스 지분율은 오너일가가 44.56%, 지주사격인 두산이 16.78% 이렇게 합쳐서 모두 61.34%다.
지주사격인 두산은 또한 모트롤BG사업부 매각을 통해 두산솔루스 매각만으로는 부족한 유상증자 참여자금도 더 확보할 수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매각과 관련해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가격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트롤BG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해외 사모펀드와 국내 사모펀드를 최종 인수후보군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가격문제로 우선협상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