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조선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대선조선 매각은 새 주인을 기다리는 다른 중형조선3사의 매각 성사 가능성을 가늠할 척도로 여겨진다.
대선조선이 스토킹호스(예비 우선매수권자) 선정에 실패애 공개매각으로 선회하자 조선업계에서는 대선조선이 최종 매각에 이르기까지 험난했던 성동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불안한 시선이 나온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선조선의 매각은 앞으로 채권단이 진행할 중형조선사 연쇄 매각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국내 5대 중형조선사 가운데 성동조선해양만이 지난해 12월 새 주인을 찾았다.
현재 대선조선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이며 나머지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한조선은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다.
이 가운데 대선조선과 한진중공업은 매각이 공식화됐고 나머지 2곳은 매각 결정을 앞두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조선이 빠르게 매각된다면 나머지 중형조선사들을 향한 투자심리도 더 좋아질 수 있지만 난항을 겪게 되면 나머지 중형조선사들을 향한 투자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안에 대선조선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른 중형조선3사 가운데 특히 한진중공업이 대선조선의 매각 성사 여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은 매물 매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같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은 부산시 영도구에 조선소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인근지역에 부산시의 북항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조선소 부지 가치 상승에 관한 기대감이 크다.
투자업계는 영도조선소 토지가 상업용도로 변경된다면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바라본다.
공공발주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같다.
5월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관련 주요 피해업종 지원방안에 따르면 중형조선사에게 노후한 관공선이나 원양어선, 함정 등 모두 30척의 선박을 올해 안에 발주한다.
이 가운데 한진중공업은 함정 7척, 구조정 13척, 방제정 2척 등 22척을, 대선조선은 원양어선 2척, 어업지도선과 수산과학조사선 등 관공선 6척 등 8척을 수주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중형조선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애초 수출입은행은 예비 우선매수권자를 먼저 선정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대선조선의 매각을 진행하려고 했다.
예비 우선매수권자의 제시가격이 공개입찰가격보다 높다면 예비 우선매수권자에게 매수권리가 주어지고 공개입찰가격이 더 높다면 예비 우선매수권자에 재입찰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예비 우선매수권자 후보였던 영국계 사모펀드가 자금조달증빙을 제때 제출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빠른 매각을 위해 최근 공개매각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펴낸 ‘중형조선사 2020년도 2분기 및 상반기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형선박 발주량은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65% 줄었다.
영국계 사모펀드가 자금조달증빙을 지연한 데 부진한 업황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이는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매각을 위해 2년 동안 험난한 과정을 거친 것과 시작이 비슷하다.
성동조선해양은 3차례 매각이 시도됐지만 원매자들의 자금조달증빙 실패로 매각이 무산됐다. 청산절차를 밟기 직전 마지막 4번째 시도에서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에 극적으로 매각됐다.
다만 매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성동조선해양의 가치는 애초 거론됐던 4천억~5천억 원가량에서 3천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