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싱가포르에서 6년만에 주롱 도시철도 공사를 수주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다.
대우건설은 뇌물 의혹이 7월 수주한 주롱 도시철도 공사와 무관하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후 싱가포르에서 이어질 다양한 교통 인프라 건설공사 수주전에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우건설과 싱가포르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톰슨라인 T216 공구 공사현장의 대우건설 소속 현장감독 2명이 전직 육상교통청 간부에게 5만 싱가포르달러(약 4300만 원) 규모의 뇌물을 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육상교통청 간부는 지난해 퇴임했고 돈을 빌려준 공사현장 감독도 주롱 도시철도사업 수주와 무관한 인물"이라며 "시공사 선정은 7월에 이뤄졌는데 뇌물 스캔들은 지난해 초에 벌어져 주롱 도시철도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전 육상교통청 간부에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뇌물을 넘겼다고 의심받는 시기는 2019년 초로 이 간부가 공직에 몸을 담고 있을 때이긴 하지만 주롱 도시철도사업 시공사 선정과는 시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에서는 싱가포르 현지직원들이 전 육상교통청 간부로부터 갑횡포를 당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CPIB)이 기소를 요구해 재판에 넘겨진 전 육상교육청 간부는 도박에 빠져 자금이 필요해지자 대우건설 직원 등 여러 사람에게 손을 벌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 육상교육청 간부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명으로부터 124만 싱가포르달러(약 10억7천만 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비롯해 모두 36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 다른 관계자는 "현장감독 2명이 개인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건네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로서는 주롱 도시철도 공사를 발판으로 앞으로 이어질 교통 인프라 공사에서 수주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 뇌물 의혹에 얽히게 된 것이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은 ‘LTMP(Land Transport Master Plan) 2040’라는 중장기 교통정책에 따라 앞으로 교통 관련 인프라 발주를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건설은 주롱 도시철도 공사를 수주하면서도 “향후 발주 예정인 싱가포르 도시철도인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CRL : Cross Island Line) 등을 지속적으로 수주할 것"이라며 "싱가포르를 베트남에 이은 동남아 대표 해외전략 거점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새로운 동남아시아시장 거점으로 삼으려던 대우건설의 계획은 이번 뇌물 의혹으로 어느 정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교통청은 대우건설이 기술과 비용 등에서 좋은 조건을 내놓더라도 전직 간부와 스캔들에 연루된 대우건설에 시공권을 주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공직사회가 청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의 권한에서도 나타난다.
싱가포르 부패행위조사국은 부패행위를 대상으로 수사권과 기소요구권을 들고 있다.
부패혐의자의 지위와 신분에 상관없이 조사를 할 수 있고 영장이 없이도 체포를 할 수 있는 기관으로 혐의자의 계좌와 부인, 자녀, 관련 기관의 계좌도 영장 없이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부패행위조사국으로부터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혐의자는 얻은 이익이 뇌물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 내지 못하면 뇌물을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싱가포르에서는 부패와 관련된 혐의가 확인되면 10만 싱가포르달러(8700만 원)의 벌금형이나 최대 5년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정부계약과 관련된 부패에서는 징역형이 7년까지 늘어난다. 분식회계와 같은 범죄와 관련해서는 10년까지 형량이 늘어날 만큼 싱가포르 사회는 부정부패에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