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파트너스가 KDB생명보험을 인수한 뒤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회의적 목소리가 나온다.
공동재보험사로 탈바꿈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시장이 처음 열리면서 선점을 위한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주식 거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막바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9월 계약을 맺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을 인수한 뒤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국내 공동재보험시장이 새롭게 열린 만큼 공동재보험을 KDB생명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흑자전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경영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규모가 워낙 작은 데다 저금리 등으로 영업환경마저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하다.
공동재보험은 보험분야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가 보험부채를 감축 및 조정할 수 있도록 상반기에 도입된 제도다.
일반적 재보험은 전체보험료 가운데 위험보험료만 재보험사에 출재해 보험위험만 이전하지만 공동재보험은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재보험사와 나눌 수 있다.
보험사 처지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과 자본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공동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의 대표를 내정하는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기존 단독대표체제에서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최근 신승현 데일리금융 대표를 각자대표로 내정했다.
신 내정자가 대외업무, 전략과 신사업, 자산운용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또 다른 각자대표는 영업 등 전통적 보험업 위주로 업무를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내정자는 삼일회계법인, 타워스왓슨 홍콩법인을 거쳐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에서 보험부문 애널리스트를 지냈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보험계리사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하기도 했다.
전통 금융권과 핀테크기업을 모두 거친 흔치 않은 이력을 갖춘 만큼 안팎에서 신 내정자를 향한 기대감도 크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JC파트너스의 공동재보험사 전환 계획을 놓고 의구심 섞인 시선도 나온다. 원수보험사를 공동재보험사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보통 짧은 시간에 수익을 극대화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코리안리재보험은 최근 글로벌 투자회사인 칼라일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재보험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코리안리는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독보적 1위지만 공동재보험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코리안리는 칼라일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칼라일그룹의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됐다. 코리안리는 전담팀을 설치하는 등 공동재보험제도 도입을 2018년부터 대비해왔다.
JC파트너스로선 코리안리와 칼라일그룹의 협력이 더욱 아쉬운 이유가 또 있다. 칼라일그룹이 그동안 JC파트너스와 공동재보험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와도 협력할 가능성이 열려있긴 하지만 칼라일그룹 입장에서는 코리안리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뮌헨리, 스코르(SCOR), 스위스리 등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재보험사들이 공동재보험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이다.
미국계 재보험사인 RGA재보험은 이르면 3분기 안에 ABL생명보험과 국내 첫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한다. 둘은 공동제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전부터 관련 논의를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