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건설경기 호전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호황을 맞고 있으나 짙은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멘트가격 담합에 대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멘트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시멘트업계의 재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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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길 동양시멘트 사장. |
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동양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7개 시멘트회사에 담합 관련 조사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공정위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들이 임원모임 등을 통해 시멘트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 기간에 모두 12조 원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공정위는 1조18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징금이 부과되면 단일사건에 부과된 역대 최대규모의 과징금이 된다.
시멘트가 국내 건설산업의 기초자재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과 담합기간이 길다는 점, 7개 업체가 국내시장에서 90%에 육박하는 과점체제를 이루고 있다는 점 등이 과징금 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오는 12월 정채찬 공정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전원회의에서 시멘트가격 담합에 대한 제재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시멘트업계는 이때 소명의 기회를 얻게 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담합이 아니라 건설업계, 레미콘업계와 함께 시멘트가격을 절충한 것”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재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소송 등 필요한 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최근 동양시멘트 매각에 이어 쌍용양회 매각이 진행되며 활발한 개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공정위 과징금이 대규모로 부과될 경우 쌍용양회 매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쌍용양회는 20% 수준의 시장점유율로 시멘트업계 1위에 올라있다. 한일시멘트, 한앤컴퍼니, 유진기업 등이 쌍용양회 인수를 노리고 있다. 인수가격은 8천억 원대로 점쳐진다.
쌍용양회는 높은 점유율만큼이나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도 클 것으로 보인다.
쌍용양회가 최대 3천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이렇게 되면 쌍용양회를 인수하려는 기업들은 인수 적정가를 놓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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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호 쌍용양회 사장. |
일각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가 클 경우 인수를 포기하는 업체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쌍용양회 인수전에 참가하는 한일시멘트와 라파즈한라시멘트는 담합 당사자로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몰려있다.
삼표그룹에 인수가 마무리 된 동양시멘트도 시장점유율 13%을 차지하고 있어 2천억 원 가까운 과징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삼표는 동양시멘트 고가인수로 재무부담이 적지 않은데 과징금이라는 혹이 더 붙은 셈이다.
현대시멘트도 워크아웃 중인데 과징금 부담이 경영에 압박을 줄 수 있다. 산업은행이 현대시멘트 매각을 계획하고 있지만 과징금 부담이 커지면 매각작업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채상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위 과징금이 예상대로 부과된다면 한일시멘트와 동양시멘트를 제외하고 현금납부가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연구원은 “가장 낮은 과징금 부과기준이 적용될 경우 7개사 합산 1200억 원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매출을 최대로 반영한 것이므로 과징금 규모가 이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