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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삼성화' 추구하는 황창규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5-14 20: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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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의 '삼성화' 추구하는 황창규  
▲ 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KT 회장이 추진하는 KT 탈바꿈의 최종 목적지는 ‘KT의 삼성화’인 것 같다. 황 회장이 취임 이후 진행하고 있는 각종 조처들을 보면 그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황 회장이 KT 회장에 취임할 때 삼성의 DNA를 이식할 것이라는 전망은 나왔다. 한편에서 삼성 DNA 이식을 통해 공기업 문화를 벗어나지 못한 KT를 혁신하려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다른 한편에서 자칫 무리하게 KT를 삼성처럼 만들다 탈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황 회장은 이미 단순히 삼성 DNA 이식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일등 KT'와 '싱글 KT'라는 슬로건을 통해 KT를 삼성식 경영으로 조직을 환골탈태를 하려고 한다. 삼성맨이 들어오고 강력한 컨트롤 타워로 모든 조직을 통제하고 있다. 계열사를 넘어 협력회사까지 하나로 묶어내려 한다. 삼성 경영의 핵심원칙과 기법들이 KT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KT 안팎에서 삼성이 KT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돈다. 이 말의 신빙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소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황 회장의 삼성식 KT 경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깊고 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황 회장의 삼성식 경영은 과연 KT에서 통할 것인가?

◆ 일등KT와 싱글KT에 담긴 황창규의 삼성식 경영


황 회장은 KT에 오자마자 단행한 인사에서 이석채 전임 회장이 영입한 인사들을 모두 몰아냈다. 황 회장은 주로 KT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을 중용했다. 이어 핵심보직에 삼성 출신들을 하나둘씩 앉히기 시작했다.


삼성맨 발탁의 신호탄은 재무실장에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를 영입해 앉힌 것이었다. 그뒤 최일성 전 삼성물산 상무를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로 영입했고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BC카드 대표이사에 앉혔다. 윤종진 KT렌탈 전무 역시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출신이다. 이 밖에도 KT와 계열사 요직에 삼성맨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KT 내부에서 삼성맨들의 입성을 놓고 "조직혁신인지 낙하산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고 KT 조직에 변화를 주기 위해 삼성맨을 영입하고 있다”며 “이들이 자리잡고 황 회장 체제가 구축되면 KT에 강한 개혁 드라이브가 비로소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강한 개혁 드라이브는 삼성식 경영을 의미한다.


황 회장은 삼성맨을 중용하는 과정에서 역풍도 맞았다. 윤리경영실 경영진단센터장으로 선임한 최성식 전 삼성생명 전무의 성추행 전력이 드러났다. 황 회장이 검증없이 삼성맨들을 끌어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리경영실에 성추행 논란이 있었던 인물을 앉히려 했던 점은 그래서 더욱 구설수에 올랐다. 황 회장은 이후 삼성맨 영입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회장 직속으로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했다. 각 부문과 계열사별로 핵심역량을 진단하고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조직이다. 그룹 전반을 아우르고 경영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똑같다. 이름에 ‘융합’이 들어갔을 뿐 삼성의 체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삼성의 미래전략실은 2010년 이건희 회장 밑에서 부활했다.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며 계열사의 인사와 감사 모두를 담당하는 핵심조직이다. 그룹 내 핵심직원들이 배치되는 최정예 기구이기도 하다. 삼성식 경영의 힘은 미래전략실에서 나온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황 회장은 미래융합전략실을 통해 KT와 그 계열사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황 회장은 애초 미래융합전략실이 KT의 신성장사업을 발굴해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융합전략실이 황 회장 취임 100일 동안 주력한 부분은 KT의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었다.


황 회장의 삼성식 경영은 ‘싱글KT’로도 나타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달 17일 주요 계열사 사장을 소집해 사장단회의를 주재했다. KT 계열사 사장을 대거 한자리에 불러 회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삼성 사장단회의를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 사장단회의는 매주 수요일 아침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사장 직함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다. 외부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한다. 현안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있을 때도 있다. 의사결정기구는 아니지만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이 삼성 출신이라 삼성 사장단회의처럼 계열사 사장들을 주기적으로 모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회장이 주재한 첫 사장단 회의에서 계열사별로 현황과 성장전략을 보고했다.

  KT의 '삼성화' 추구하는 황창규  
▲ 황창규 KT 회장은 삼성식 경영으로 KT를 바꾸고 있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일등KT’만큼이나 ‘싱글KT’를 외치고 있다. 모든 계열사가 하나의 비전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는 KT를 만들자는 것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17일 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전계열사가 ‘싱글KT’가 돼야 글로벌 1등KT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13일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협력 행사인 파트너스 페어를 열어 싱글KT의 범위를 협력사까지 확대했다.


업계는 싱글KT야말로 마치 삼성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한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아래에 하나로 통합된 것이 삼성그룹이다. 이를 통해 조직문화를 확대 재생산하고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낸다. 또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를 넘어 협력사들까지 그 힘을 뻗친다.


싱글KT도 KT의 이름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점에서 삼성의 방식을 그대로 빼박았다. 계열사 사장의 임기를 일괄적으로 1년으로 못 박은 것 역시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삼성처럼 모든 계열사까지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삼성과 협력을 확대하는 황창규


황 회장이 취임한 후 KT는 삼성전자와 함께 타이젠폰 개발에 나섰다. 타이젠은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대항하기 위해 운영체제 독립의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그 결과물이 타이젠이다.


삼성전자와 KT가 타이젠폰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단말기-운영체제(OS)-통신서비스를 완성하는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특히 삼성전자 출신인 황 회장이 취임하면서 KT와 삼성전자간 협력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KT의 협력이 가시화된 데 더욱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KT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타이젠폰에 KT가 협력하는 것은 모험이라고 우려한다. 한 전문가는 “KT가 시장 테스트용으로 타이젠폰을 채택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주력모델로 삼으려 할 경우 도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아직 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타이젠폰이고 황 회장도 전면적으로 승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첫번째 협력은 시험적 측면이 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에 따라 더욱 적극적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타이젠이라는 운영체제는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을 겨냥해 밀고 있는 것이고, 황 회장도 사물인터넷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귀축가 주목된다.


삼성이 KT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삼성 계열사 중 유일한 투자전문회사인 삼성벤처투자는 엔써즈에 21억을 투자했다. 엔써즈는 2011년 KT에 인수된 동영상 검색 서비스회사다. 엔써즈는 KT 인수 이후 한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다.


이런 엔써즈에 큰 금액은 아니지만 삼성의 자금이 수혈됐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의 의미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앤써즈를 매개로 KT와 삼성이 더욱 깊이 협력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견해다. 삼성벤처투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수년 전부터 검토된 것”이라며 “금액도 많지 않아 별다른 의미를 둘 필요 없다”고 말했다.


◆ 황창규의 삼성식 경영은 성공할까


황 회장이 추진하는 KT에 대한 삼성식 경영이 성공할지 미지수다. 황 회장 스스로도 KT의 혁신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KT의 '삼성화' 추구하는 황창규  
▲ 황창규 KT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황 회장은 최근 “KT는 공기업 성격이 강하다”며 “내가 아직 세게 드라이브를 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꾸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KT 일부에서 황 회장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이 추진하는 삼성식 경영을 두고 “KT가 삼성이 되려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만들은 급기야 삼성이 KT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황 회장은 과거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 시절에 독선적 태도가 논란이 됐다. 황 회장은 당시 “추진력은 있으나 엘리트 의식과 독단 때문에 정부와 아랫사람들에게 신임을 잃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황 회장이 삼성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힘은 삼성이 오너십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직에서 추진력과 엘리트 의식이 미덕이 된다.


그러나 황 회장이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으로 일하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그곳의 조직문화가 삼성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통을 통한 조정능력이 성과를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삼성이 아니라 황 회장이 말했듯 공기업 성격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엘리트 의식에 기반한 추진은 독단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며 “황 회장의 삼성식 경영이 KT에서도 그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회장의 삼성맨 영입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삼성맨 영입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부그룹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수년 전부터 삼성맨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삼성물산 출신의 이재형 부회장을 비롯해 허기열 동부 사장과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이 삼성전자 출신이다. 최근 이재형 부회장의 후임으로 최진균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영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과는 썩 좋지 않았다. 동부그룹은 경영난에서 헤어나지 못해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문화가 다른 상황에서 외부인사를 단순히 영입한다고 해서 경영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히 삼성처럼 강력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곳에서 경영성과를 낸 경영자일수록 그런 시스템이 없는 기업으로 가면 시스템 부재만 탓하지 그 기업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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