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새 투자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기댈 곳은 정부지원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쌍용차가 쥔 ‘일자리’라는 유일한 명분은 정부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하거나 지방정부가 쌍용차에 지분투자하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8일 쌍용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쌍용차가 올해 안으로 새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10여 년 만에 법정관리 절차를 또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쌍용차는 새 투자자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도 계속 새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중국 지리자동차나 비야디(BYD)자동차 등은 모두 쌍용차 미래가치가 낮다고 보고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회복이 불투명해지면서 새 투자자가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나온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 안정으로 대표되는 일자리 문제를 임기 초반부터 제1과제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쌍용차에 어떤 방식으로라도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정부가 쌍용차를 외면하게 되면 당장 수만 명이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쌍용차 고용효과는 5만~6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는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서 어떻게든 쌍용차 지원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방식을 놓고 여러 가능성이 나오는데 우선 기간산업안정기금 불씨가 아직 살아 있다.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쌍용차가 지원 신청을 하지 못했는데 까다로운 지원조건 탓에 한 달이 넘도록 지원을 신청한 기업이 없는 만큼 쌍용차에 다시 차례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쌍용차 지원조건으로 대주주의 책임의지와 회사의 자력생존 가능성 등 2가지를 들었는데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는 데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수출 부진 등으로 13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내 시장이 회생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하되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넣는 대신 전환사채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한 만큼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출금이 주식으로 바뀌면 부채는 줄고 자본이 늘기 때문에 쌍용차의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020년 2분기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빌려준 돈은 1900억 원이다.
노동계에서는 지방정부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쌍용차에 지분매입 방식의 직접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월 쌍용차에 10년10개월 만에 복귀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외국자본에 넘기는 방식으로 경영위기를 넘긴다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 지방정부의 지분투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두 번이나 외국투자자본 덕에 되살아나긴 했지만 결국 외국투자자본은 이익만 따질 뿐 쌍용차는 기술만 빼앗기고 파국을 맞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지분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특히 쌍용차 평택공장이 자리한 경기도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평택형 일자리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8년 6월 취임한 뒤 꾸준히 쌍용차 해고자 복직문제나 경영 정상화에 관심을 보여온 데다 일자리 창출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쌍용차 회생을 위해 직접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2020년 1분기에 이어 반기보고서에서도 감사인으로부터 의견을 받지 못해 19일 오전 9시까지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쌍용차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는 2분기 연결기준 순손실이 2024억 원 발생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624억 원 가량 많다”며 “이런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