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영 기자 kyyharry@businesspost.co.kr2020-07-29 17: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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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고등이 켜진 세계적 식량부족에 대비할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김 장관은 코로나19로 곡물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식량안보’ 차원에서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식량안보는 식량의 생산 및 재고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재난, 재해, 전쟁 등 식량 확보를 위협하는 요인에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29일 농림부에 따르면 식량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비하고자 지급기반이 약한 밀, 콩 등의 국내 적정 지급기반 확보 및 비축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림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밀과 콩 자급률 상승에 필요한 농지규모 △곡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농지 절대면적 추가 여부 △사용할 수 있는 농지 가운데 다른 작물과 대체해 확보하는 방안 등을 보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림부가 콩과 밀의 자급기반 마련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요에 비해 자급 비중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식량자급률은 45.5%로 전망되는 데 1인당 소비가 가장 많은 쌀의 자급률은 2018년 기준 97.3%에 이르지만 2위인 밀은 1%가량에 불과하다. 사실상 국내에 필요한 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콩 자급률도 20%안팎에 그치는 수준이다.
동물사료까지 포함하면 국내 전체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2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
김 장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농업분야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식량안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적 식량 생산의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곡물 수출국들이 자체적 식량 확보를 위해 곡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밀을 수출하는 러시아는 3월20일부터 10일 동안 모든 곡물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3월 쌀 수출을 제한했다가 4월부터 기존 수출량에서 40%가량 감소한 물량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곡물 생산량에 타격을 받은 국가도 있어 세계 식량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 나라가 세계 1위 쌀 수출국인 인도다. 인도는 7월 기후이상으로 폭우가 내려 농경지가 수몰되고 운송수단이 파괴돼 곡물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3월 말 보고서를 통해 “밀, 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재고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국가 사이 물류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식량위기에 다소 늑장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3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상대적으로 굼뜨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종합정책에 식량위기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농축업계는 한국판 뉴딜정책에 포함된 ‘스마트팜’과 ‘농촌 태양광’ 등은 정부가 이미 추진하고 있던 프로젝트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일 뿐이라며 신규과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스마트물류체계 구축’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14일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2025년까지 예산 160조 원을 투입해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21일 국비 114조 원을 사업성 좋은 지역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