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전속설계사를 늘리며 대면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비대면채널 영업을 강화하는 최근 보험업계 추세와 상반되는 행보로 보장성보험의 판매를 늘리는 데 대면채널 영업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생명보험사들이 전속설계사 이탈을 막지 못해 인원이 감소하거나 유지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한화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지난해 12월보다 943명 증가한 1만8751명으로 집계됐다.
24개 생명보험사의 전속설계사가 9만2361명으로 2019년 말보다 39명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한화생명과 함께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전속설계사 수가 각각 13명, 27명 감소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반기부터 추진해온 ‘리쿠르팅 1등’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전속설계사 조직이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설계사 정착률 등 효율성 관리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올해 들어 신입 설계사의 목표 환산실적을 5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낮추고 기존 설계사가 신인 설계사를 2명만 데려와도 팀장 직위를 주는 ‘루키 팀장’ 제도 등을 활용하며 전속설계사 조직을 확대했다.
생명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등 보험업황이 악화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전속설계사 조직이 축소된 것과 사뭇 다르다.
생명보험사들은 신규고객 유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비대면채널보다 비교적 많은 비용이 드는 대면조직을 공격적으로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손해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좋은 조건을 내걸며 설계사를 늘린 것과 달리 생명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수는 2017년 10만5040명, 2018년 9만5681명 등 꾸준히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등 비대면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승주 사장이 대면채널인 전속설계사 조직을 강화한 것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보장성보험은 상품구성이 복잡해 대면영업의 역량이 중요하다. 투자수익과 보험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대면을 통한 소극적 영업으로는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가 힘들다.
여 사장의 전속설계사조직 확대 전략에 힘입어 한화생명은 1분기 보장성보험에서 초회보험료로 53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보다 15.4% 늘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들의 전체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가 168억 원(4.8%)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한화생명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여 사장은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본영업인 보험영업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보장성보험 확대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별도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1395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한화생명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한화그룹 계열사 편입 전인 2000년 영업손실 3208억 원을 낸 이후 20여 년 만이다.
올해 1분기에 순이익 478억 원을 거둬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는 채권 매각을 통해 보험부문의 손실을 메웠다.
한화생명은 1분기 보험부문에서 영업손실 3030억 원을 냈다. 반면 1분기 투자영업이익이 1조5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7% 늘었는데 채권 매각이익이 약 3500억 원 포함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1219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1분기보다 154.9% 늘어나는 것으로 주식시장이 회복돼 1500억 원 규모의 변액보증준비금이 환입될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