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거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구체적 ‘플랜B’ 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로는 재매각 추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잔류, 채권단 관리 등이 제기된다.
우선 채권단이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다시 매각을 추진하려면 지금보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눈높이를 크게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 에어부산 3곳을 한꺼번에 인수할 수 있는 곳을 찾으려 했지만 사실상 지금과 같이 항공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이 회장의 눈에 차는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일각에서 사모펀드(PEF)가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처음 매각이 추진될 때만 해도 이 회장이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보다 전략적투자자를 우선순위에 뒀지만 매각 성사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사모펀드를 무조건 배제하기는 어렵다.
국내 사모펀드의 경우 운용펀드의 외국인 출자자 비중 등을 살펴봐야하겠지만 원칙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사모펀드로선 지금이 항공업 역사상 항공사 가격이 가장 낮은 시기일 수 있고 업황 회복 여부도 어느 정도는 확실한 만큼 항공사 인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분리매각 역시 추진될 수 있다. 그동안 3개 항공사를 함께 인수해야 시너지도 낼 수 있고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어 일괄매각이 추진됐지만 우선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따로 떼어내 먼저 매각할 수도 있다.
다시 매각이 추진되면 공개매각보다는 원매자를 직접 찾아 거래조건을 협의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공개매각을 거치는 동안 아시아나항공 유무형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지나치게 많은 얘기들이 흘러나오면서 여러 부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안은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대형 항공사가 국책은행 소유가 된다는 새로운 문제가 떠오른다.
물론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진행한 뒤 다시 매물로 내놓겠지만 언제 나올지, 팔릴 수는 있을지 기약이 없다.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20년 동안 산업은행 품에 있었다. 이 기간에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많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사 국유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5월 정부로부터 90억 유로(12조5천억 원)의 대규모 공적 자금을 수혈받기로 하고 정부가 2023년까지 지분 20%를 소유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알이탈리아’에 35억 유로(4조8800억 원)를 투입하면서 국유화를 추진 중이다.
물론 정 회장이 장고 끝에 인수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양쪽이 물밑에서 가격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을 수 있다”며 “어쨌든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정 회장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잔류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금호산업 등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은 없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