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 관리하는 철도유휴부지가 수도권 주택공급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나온다.
철도유휴부지 상당수가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것이 특히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기존 시설의 이전 등을 고려하면 주택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 한국철도공사에서 관리하는 서울 시내 철도유휴부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시 구로차량기지 전경. <연합뉴스> |
23일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철도 관련 공기업에서 관리하는 서울시내의 철도유휴부지 37곳이 새로운 택지개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철도유휴부지는 철도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철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도 개발할 수 있는 철도부지 안의 공간을 말한다.
‘7.10부동산대책’에는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대안으로서 서울시 안의 국가시설 부지 등을 신규택지로 추가 발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박선욱 국토교통부 1차관도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서울 안에 여러 유휴부지나 국공유지가 있다”며 “이런 지역을 중점적으로 찾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시 안의 그린벨트 해제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철도유휴부지가 주택공급에 활용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철도유휴부지는 전체 면적이 넓은 만큼 택지로 개발됐을 때 그린벨트 해제 못지않게 주택을 비교적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시 안의 철도유휴부지 면적은 전체 3.6㎢ 규모에 이른다. 서울시에서 현행 규정상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면적은 2.5㎢ 정도인데 이보다 넓다.
철도유휴부지를 주택공급에만 모두 쓴다면 이론상 용적률과 공급면적에 따라 최대 7만에서 11만 가구까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정부가 철도유휴부지인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개발해 8천 가구 규모의 택지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전례도 있다.
철도유휴부지 상당수가 역세권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교통 등의 입지조건이 비교적 좋게 평가되는 점도 주택공급 부지로 쓰이는 데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서울에서 살려는 주거 실수요자의 눈길을 끌기 쉬운 데다 업무·상업시설 등과 복합개발을 하는 것도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철도유휴부지는 역세권 개발사업 부지에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현행 역세권개발법에 명시된 역세권 개발사업 대상의 용적률 상향이나 사업자금 융자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한국철도와 철도시설공단 등도 직접 보유한 철도유휴부지가 택지로 개발된다면 부지 매각이나 임대 등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도 6월 기자간담회에서 철도유휴부지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철도유휴부지의 택지개발을 통해 주택을 단기간에 대거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철도유휴부지 가운데 상당수는 인근에 철도시설이 현재도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택지로 개발된다면 주민들이 소음과 진동, 환경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차량기지 등 철도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뒤 택지로 개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철도시설이 옮겨가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해소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구로차량기지를 경기도 광명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광명시에서 강한 반대를 이어가는 중인 사례도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도유휴부지의 택지개발은 이전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조율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던 만큼 주택공급 대안으로 공식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