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뚝심 승부수가 통한 것일까?
LG전자가 제너럴모터스(GM)에 차세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한 데 대해 구 부회장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온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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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그러나 자동차부품사업을 LG전자의 성장동력으로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유진투자증권은 22일 LG전자가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볼트EV’의 핵심부품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장기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가전이라는 캐시카우와 자동차부품이라는 성장엔진을 보유한 회사로 봐야 한다”며 “LG전자에서 자동차부품사업을 맡은 VC사업부 매출이 올해 1조8천억 원, 2016년 2조2천억 원을 넘기며 발돋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2012년까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일본 파나소닉은 2차 전지, 자동차 인포테인 사업에 집중하면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됐다”며 “LG전자도 이제 파나소닉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LG전자는 21일 GM의 쉐보레볼트EV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GM의 볼트 시리즈는 매년 2만 대 이상 판매된 주력 전기차 모델이다.
LG전자는 이 차량에 구동모터와 배터리팩, 전동 컴프레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부품 11종을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LG전자가 이번 협력을 통해 기존에 강점을 지닌 차량 인포테인먼트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전반과 전기차부품으로 제품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본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LG전자 자동차부품부문 매출은 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중심이었지만 앞으로 전기차부품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제품 다변화로 매년 20% 이상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자동차부품사업을 LG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직접 챙겨 왔다.
구 부회장은 2013년 각 사업부에 나눠져 있던 자동차부품사업을 모아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를 만들었다. 구 부회장은 이를 위해 자동차 설계회사 V-ENS를 합병하고 인천에 자동차부품 공장도 지었다.
구 부회장은 매주 인천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GM, 벤츠 등 주요 자동차업체 경영진과 직접 만나 부품공급을 협의하는 등 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으로 LG전자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구글 등으로 자동차부품 수주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LG전자가 자동차부품사업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LG전자의 자동차부품사업이 현재 수준으로 스마트폰 TV의 부진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LG전자 VC사업본부의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2% 안팎에 불과하다. 또 VC사업본부는 사업초기단계여서 투자비용 탓에 아직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전자와 GM의 협력으로 시장의 관심이 전기차로 모아졌기 때문에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가전 부문에 둔감해졌다”며 “하지만 이번 GM용 부품 매출이 1~2년 안에 의미있게 증가할 수 있을 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사업의 부진으로 고전 중인 LG전자로서 GM과 전기차 공조가 사업에 긍정적 촉매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실적으로 연계되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조심스런 관망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