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묵, 자산운용 수익률 향상 위해 공격적 운영 나서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전의 삼성생명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삼성생명은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등 자산운용에 보수적 태도를 유지했다. 2019년 기준 3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사장은 2020년 2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자산운용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초장기채 매입을 줄이고 사모펀드 지분투자와 고성장성 자산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자산운용 방안을 다각화했다.
삼성벤처투자와 함께 만든 전략펀드를 통해 새로운 지분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2021년까지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해외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장기 운용의 틀을 바꿔보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보험업황이 악화한 만큼 과거와 같이 가만히 앉아서 채권수익률만 바라볼 수는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저금리에 흔들리는 삼성생명, 전영묵 ‘구원투수’ 역할 맡아
전 사장은 2020년 1월 삼성생명 대표에 내정됐다.
삼성그룹이 자산운용 전문가를 대표로 내세워 저금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사들은 주로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데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자산운용부문에서 어려움 겪고 있다.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 이익률이 0.05%포인트 낮아진 데 비해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 하락폭이 더 컸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실적 개선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생명의 2020년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2299억 원으로 2019년 1분기보다 48.6% 감소했다.
삼성생명은 2019년 순이익 9774억 원을 냈는데 이는 2018년보다 41.3% 감소한 것이다. 순이익이 1조 원을 밑돌게 된 것은 2102년 9843억 원 이후로 7년 만이다.
◆ 상장 10년,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삼성생명 주가는 반토막
삼성생명은 2010년 5월 국내 증시 역사상 최고 공모액을 끌어 모으며 화려하게 상장했다.
당시 삼성생명의 적정가치가 10만3천 원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나왔지만 공모가는 이보다 높은 11만 원에 정해졌다.
하지만 그 뒤 삼성생명 주가는 10만 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2017년 11월3일 13만8500원으로 최고점을 달성한 이후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의 주가는 최근 몇 년 동안 규모나 실적 등과 비교해서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사장은 자산운용의 틀을 바꿔나가며 삼성생명의 위상에 맞는 주가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 삼성생명 삼성 금융계열사 컨트롤타워, 전영묵 사장의 역할 막중
전 사장은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것 이외에 삼성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 금융계열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며 최상단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을 떠받치는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2017년 2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계열사 5곳 가운데 실적이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정부가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삼성생명은 삼성 금융계열사를 대표해 금융계열사 전반의 리스크 관리 책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사체제 전환을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만큼 삼성생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금의환향’한 자산운용 전문가
전 사장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삼성그룹 안에서 ‘숨은 진주’로 평가받으며 금융 계열사를 이끌 차세대 핵심인물로 각광받고 있다.
전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자산운용 관련 부서들을 거쳐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도 지낸 만큼 자산운용 전문가로 평가된다.
전 사장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맏형인 삼성생명을 이끌게 됐지만 1964년에 태어나 삼성 금융계열사 대표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삼성생명 재직 시절 사무실 한쪽 벽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느냐다'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투자할 때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전 사장은 지속가능하면서도 건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