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문제를 두고 불거진 국민연금 인사파동으로 책임론에 직면해 있다.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산하기관의 인사문제를 원활하게 수습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근 “복지부가 ‘자진사퇴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 장관은 더욱 입장이 난처해졌다.
◆ 최 이사장과 복지부, ‘진실공방’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관련부처에 따르면 최광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이사장은 자진사퇴할 뜻이 없음을 보건복지부 쪽에 전달했는데도 복지부에서 사퇴가 임박한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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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최 이사장은 “정 장관을 20일 만났는데 빠른 시일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길래 ‘시간을 갖고 고민해 보겠다’라고 대답했다”며 “그 뒤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 복지부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최 이사장은 “정 장관과 회동 자리에서 최대한 신의로 대화했지만 복지부는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업무상 잘못한 것이 없고 7000명의 공단 직원과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해 쉽게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기금운용본부의 독립과 기금이사의 자질 등 그 동안의 문제점을 먼저 밝히고 거취는 국민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공식 입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최 이사장의 언론 인터뷰는 공식 입장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입장을 직접 전달받은 바 없다”며 “최 이사장이 장관에게 얘기한 것처럼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 이사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더라도 결국은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단과 주무부처의 정면충돌이라는 유례없는 파동을 초래한 당사자의 한사람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이 계속 사퇴를 거부하고 버틸 경우 복지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박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것이다. 최 이사장도 이런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책임론 제기
정치권에서 정 장관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22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최근 발생한 최광 이사장 사임논란의 책임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다”며 “정 장관은 국민연금공단의 최종책임자인 만큼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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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
김 위원장은 “19대 국회에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법안을 상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금 운용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간섭을 안 받는 독립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며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추진이 정부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 독립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찬성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한다. 독립 공사화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이 '기금운용본부 독립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인사파동 대처 미숙 평가
정 장관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의사 출신의 장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8월 임명됐다. 그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출신이다.
정 장관 취임 두 달 만에 게 된 이번 인사파동은 ‘대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번 인사파동을 놓고 정 장관이 보여준 모습은 미숙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 장관은 사태 초기부터 계속 최 이사장의 사퇴만을 촉구해 왔다.
인사 문제를 두고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임불가 통보는 최 이사장의 월권이라는 게 정 장관의 입장이다.
그러나 홍 본부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최 이사장의 사퇴만 요구한 대목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본부를 독립 공사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최 이사장을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의혹도 자초했다.
정 장관은 최 이사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면서 사태가 꼬여가자 22일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