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여 때 취득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대폭 인상에도 보유주택을 파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 증여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증여세를 인상해 이를 막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기획재정부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 관련 주요 제기사항에 대한 설명’ 자료를 통해 “단순히 양도세율이 높다고 우회수단으로 증여를 선택할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7·10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다주택자가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증여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재부가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양도세 최고세율이 높아도 증여세는 주택가격 전체에 부과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증여세 부담이 더 크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까지 10%, 1억~5억 원 20%, 5억~10억 원 30%, 10억~30억 원 40%, 30억 원 초과 50%다.
소득세율은 1200만 원까지 6%, 1200만~4600만 원 15%, 4600만~8800만 원 24%, 8800만~1억5천만 원 35%, 1억5천 만 3억 원 38%, 3억~5억 원 40%, 5억 원 초과 42% 등이다. 조정대상지역 내의 2주택자와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각각 20%포인트, 30%포인트의 세율이 추가로 적용된다.
기재부가 제시한 예에 따르면 12억 원에 구입한 주택의 시가가 20억 원이라면 증여세는 6억4천만 원이다. 양도세는 일반지역 3억 원부터 조정대상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에 최대 5억4천만 원까지 부과된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배우자나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이유가 실질적으로 다주택 보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조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따른 대응으로 가족 사이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 6억 원까지 공제가 돼 증여세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자녀에게 증여를 한다면 미성년 자녀 2천만 원, 성년 자녀 5천만 원까지 공제가 돼 배우자에게 증여를 할 때보다 증여세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하지만 성년인 자녀라면 세대분리를 할 수 있어 1주택자가 누리는 각종 세제혜택을 적용받게 된다. 또 미성년 자녀라도 이월공제 기간 5년을 고려하면 미리 증여해 두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처럼 당장 증여세가 양도소득세보다 높다 하더라도 몇 년 동안 부동산을 계속 보유함으로서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으로 기대 된다면 다주택자로서는 매도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
홍 부총리도 10일 YTN뉴스에 출연해 다주택자의 증여 가능성과 관련해 “ 증여를 통해서 회피해 갈 때 그런 증여와 관련해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싶다”며 “정부가 거기에 대해서도 역시 검토를 진행 중에 있어 검토가 마무리 되면 관련 대책이 함께 보완적으로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부총리가 증여세를 인상하는 방법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가 부동산뿐만 아니라 가업 상속, 현금, 주식 등의 증여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데다 현행 증여세 부과체계가 증여받은 모든 종류의 재산을 놓고 증여 당시 가격을 평가한 뒤 공제액을 뺀 금액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라 부동산만 별도로 떼내 세율을 올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증여 받은 부동산에 별도로 부과되는 취득세를 대폭 올리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증여에 따른 취득세율은 현재 단일세율로 3.5%(특별세 지방교육세 등 포함 시 4.0%)다.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에서 1주택자가 2주택자가 될 때 취득세율을 1~3% 수준에서 8%로 대폭 상향하기도 했다. 3~4주택자는 취득세율이 각각 1~3%, 4%에서 12%로 올랐다.
5년인 이월과세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력한 대책으로 꼽힌다.
현행 이월과제 규정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배우자나 자녀에 부동산을 증여하고 배우자나 자녀가 증여 받은 시점으로부터 5년 뒤 부동산을 처분하면 증여시점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가 산정된다.
이월과세 기간을 늘릴수록 오랜 기간 부동산을 보유해야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