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조합 내부 분란으로 시공사 교체까지 가게 될까?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분양방식을 놓고 갈등이 깊어지면서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으로 구성된 시공사업단도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지역. <연합뉴스> |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일반분양가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9일로 예정됐던 임시총회를 취소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내부에서는 그동안 일반분양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높은 분양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분양가 상한제에서는 분양가 평가요소로 택지가격 등이 중요한데 최근 정부가 서울 공시지가를 꾸준히 올려 이에 영향을 받는 택지가격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이번 총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따른 3.3㎡당 2900만 원대 일반분양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기준에 따른 분양가를 수용하기로 결정이 나면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28일 전에 선분양 방식으로 일반분양 공고를 낸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임시총회를 취소하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전에 일반분양을 선분양으로 진행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이후에 일반분양을 선분양으로 진행하거나 후분양을 추진하는 방안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조합 내부에서는 다시 두 방안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분양을 하자는 쪽은 이른 시점에 일반분양 대금을 시공사에 공급해야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로 든다.
반면 후분양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서울 공시지가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일반분양 시기를 최대한 미뤄 후분양을 해야 분양가를 높여 조합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이른 시점에 선분양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면 굳이 공사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25일 분양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는 했지만 2018년 석면철거로 사업이 지연된 이후 공기 연장에 민감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사가 중단없이 진행되더라도 시공사업단은 분양대금 입금이 늦어지는 데 따른 금융비용 증가분 등을 조합에 청구할 수는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변수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을 후분양으로 추진하겠다고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다.
후분양은 공사 진행에 따른 분양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공사의 금융부담이 매우 큰 분양방식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으로서는 이를 보전받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합의 결정에도 이를 수용하기가 어려운 셈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이 후분양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분담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시공사가 교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3700명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둔촌주공 조합원모임’은 후분양과 시공사 교체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원은 모두 6123명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시공사가 교체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공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시공사는 조합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시공사 교체 가능성도 ‘제로(0)’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시공사 교체가 이뤄진다면 그동안 시공사업단이 철거와 기초공사에 들인 비용을 조합이 보전해야 하는 만큼 조합원 분담금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늘어날 분담금을 감안하면 시공사 교체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방안”이라며 “대신해서 들어올 시공사가 철거비용을 감당할 수도 있지만 후분양으로 이 비용을 메울 만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사업비 규모가 3조 원으로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170-1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5층, 85개 동으로 1만2032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