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1위 쌍용양회가 인수합병시장에 나온다.
쌍용양회 채권단은 공개매각의 걸림돌이었던 최대주주 태평양시멘트를 밀어내고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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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호 쌍용양회 사장. |
쌍용양회 매각이 시멘트 업계 재편에 불을 당길지 주목된다.
쌍용양회는 8일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을 새로이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신규 선임된 이사들은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 쌍용양회 채권단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지금까지 쌍용양회 이사회 9명 가운데 채권단 쪽 인사는 3명으로 최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선임한 3명과 팽팽히 맞서왔다.
하지만 이날 새로이 이사들이 추가돼 이사회의 중심축이 채권단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사실상 채권단이 쌍용양회 경영권을 손에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태평양시멘트는 추가 이사 선임이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채권단의 의결권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6일 태평양시멘트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채권단과 태평양시멘트의 주주간계약은 쌍용양회 경영권을 보장해주기로 약정한 것이 아니라 공동경영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겠다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채권단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 소송 역시 채권단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쌍용양회 채권단은 12일 보유하고 있는 쌍용양회 지분 46.14%에 대해 공개매각 공고를 낸다. 매각주간사는 산업은행 인수합병실과 신한금융투자, 삼일회계법인이 선정됐다.
쌍용양회 매각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쌍용양회가 시멘트업계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쌍용양회를 어느 곳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멘트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기준 시멘트시장 점유율이 21.9%다. 10%대 초반 점유율로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경쟁사들과 차이가 크다.
올해 진행한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시멘트 회사가 승리했다면 쌍용양회를 앞지를 수 있었으나 동양시멘트는 레미콘기업인 유진의 품에 안겼다.
쌍용양회는 올해 상반기 매출 9895억 원, 영업이익 988억 원을 올리는 등 좋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 영업이익은 39.5% 상승했다.
쌍용양회는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1962년 설립한 쌍용그룹의 모태기업이다. 15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춰 국내 최대 시멘트 제조회사다. 쌍용양회 동해공장(연산 560만 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멘트 생산공장이다.
쌍용그룹이 외환위기로 해체되면서 쌍용양회는 2000년 태평양시멘트의 지원을 받았고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쌍용양회는 상장사인 쌍용머티리얼, 쌍용정보통신과 비상장사인 쌍용해운, 쌍용자원개발, 쌍용레미콘, 쌍용기초소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