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탄탄대로를 걷기 힘들어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고 신동빈 체제의 발진을 위해 전력투구를 해왔다.
그러나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8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는 ‘하나의 롯데’는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앞세워 주주총회 등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신동빈 체제의 롯데그룹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순환출자 해소, 호텔롯데 상장, 서울 시내면세점 수성 등 등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법적 대응은 신동빈 회장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당장 서울 시내면세점 수성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서울 시내면세점 수성은 향후 롯데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사업이다.
롯데면세점 본점에 있는 소공점과 잠실에 있는 월드타워점은 12월22일과 31일 각각 특허가 만료된다. 이 두 곳은 전체 롯데 면세점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60%를 넘을 정도로 ‘알짜 사업장’이다.
신규 사업자는 늦어도 11월 초 확정된다.
두산과 신세계그룹 등이 시내면세점 재입찰에 뛰어들어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져 롯데그룹의 서울 시내면세점 수성은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면세점 특허는 특허심사위원의 평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경영권 분쟁의 재점화는 롯데그룹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두산이나 신세계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서울 시내면세점 수성에 실패하면 호텔롯데의 상장도 순탄하지 않게 될 공산이 크다.
면세점사업이 호텔롯데 매출의 83%를 차지하는 만큼 서울 시내면세점을 빼앗길 경우 호텔롯데의 기업가치 하락은 불가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호텔롯데를 지주회사로 삼아 롯데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는 신동빈 회장의 구상은 어긋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부분 롯데면세점에서 나오는데 롯데면세점이 특허를 다시 따내지 못하면 호텔롯데의 가치가 떨어질 것은 뻔하다”며 “이렇게 되면 누가 호텔롯데의 주식을 사려고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법적 대응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며 이번 일로 다시 ‘반 롯데’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신 전 부회장의 소송제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정리돼 가는 시점에서 건강이 좋지 않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수단으로 또 다시 내세우는 것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고 비난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번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또 신격호 총괄회장의 소송 참여에 대해서도 그 파급력이 롯데그룹 내부에 끼칠 대목을 미리 차단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롯데그룹은 "7월과 8월에 있었던 해임지시서, 녹취록, 동영상 공개 등의 상황에서도 드러났듯이 신 총괄회장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의심이 된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법적 대응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일본을 방문했다 8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신 회장은 공항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간략하게 보고 받은 뒤 "알겠다"고 반응했다고 롯데그룹은 전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이날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신 전 부회장의 기자회견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