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기업공개 주관실적 쌓기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순적자 1300억 원가량을 봤는데 정 사장으로서 실적 부진의 만회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업공개 주관시장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주관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기업은 에스씨엠생명과학, 엘에스브이코리아, 신도기연, 솔트룩스, 티에스아이 등이다. 모두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로 올해 안에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예비심사 결과 효력은 6개월이다. 상장사는 예비심사결과를 통보받은 날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 등을 마무리하고 거래소에 신규상장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외에도 다음소프트, 와이더플래닛, 피에이치파마, 더네이쳐홀딩스, 티앤엘 등의 상장주관도 맡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주자 가운데 가장 빠른 곳은 에스씨엠생명과학이다. 6월2일~3일 수요예측, 8일~9일 공모청약을 마치고 6월 중순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에 서남 기업공개 단 1건을 주관했는데 2분기에도 에스씨엠생명과학 1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기업공개주관시장에서 상장 22건을 주관하고 7600억 원이 넘는 공모실적을 쌓아 2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성적이 초라한 셈이다.
다만 지난해에도 상반기에 단 2건의 기업공개를 주관해 공모실적 280억 원으로 8위에 그쳤지만 하반기에만 약 7천억 원이 넘는 실적을 쌓아 무서운 뒷심을 보였다. 하반기 상장주관 실적을 놓고 기대를 받는 이유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순손실을 낸 만큼 정 사장으로서는 부진을 씻어내는 데 기업공개 주관실적이 절실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913억 원, 순손실 1338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 주요 증시가 폭락하며 해외펀드 및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등 해외시장의 영향으로 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적자 원인으로 꼽히는 해외시장의 상황이 하반기에 호전되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정 사장이 투자금융업계에서 기업공개 전문가로 꼽히는 점에서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상장주관 실적을 쌓을 필요성이 크다.
정 사장은 30년 가까이 투자금융(IB)부문에서 일한 전문가로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기업공개 주관을 이끌었다.
특히 2010년 있었던 삼성생명 상장은 공모규모만 4조8천억에 이르는 대규모였던 것에 더해 주어진 시간이 5개월에 불과해 특히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기업공개가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이뤄지는 만큼 5개월 만에 마무리 된 삼성생명 상장은 정 사장의 기업공개 역량을 업계에 각인한 사례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