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봉 대한해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벌크선 화물의 다변화를 꾀하면서 전용선 선대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한 장기운송 전용선 계약(CVC)으로 구성하고 있어 코로나19에 따른 건화물운임지수(BDI) 하락의 영향을 적게 받아 안정적으로 외형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해운은 2019년 인수한 S-OIL의 원유운반 전용선(VLCC) 2척과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1척, GS칼텍스의 원유운반 전용선(VLCC) 1척을 이용한 실적이 1분기에 반영돼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해운은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306억 원, 영업이익 337억 원을 거뒀다.
2019년 1분기보다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9.6% 줄어드는 것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건화물운임지수 하락을 고려할 때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김칠봉 부회장이 장기운송계약을 추진하면서 드라이벌크(건화물)에 주력하던 기존 경영전략에서 액화천연가스, 원유 등 웨트벌크(Wet Bulk)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건화물운임지수(BDI)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김칠봉 부회장의 화물선 다각화 전략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5월 건화물운임지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아 해운업계가 역대 최대 불황을 겪었던 2016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건화물운임지수는 철강, 곡물, 광석, 건축자재 등 포장 없이 내용물을 실어 옮기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다. 세계 주요 항로의 선박유형별 화물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해서 산출한다.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건화물운임지수는 2020년 5월18일 기준으로 427포인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900포인트 대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대한해운은 올해 1분기에도 브라질 철광업체인 발레의 전용선인 초대형광탄선(VLOC) 1척, GS칼텍스의 원유운반 전용선 1척과 액화천연가스 벙커링선 1척을 인수해 앞으로 순조로운 실적으로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해운은 장기운송계약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구축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외부환경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해운은 국내 해운선사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에너지기업과 대선계약을 체결하며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과 3582억 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빌려주는 대선계약을 체결했다.
김칠봉 부회장은 쉘과 대선계약을 맺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액화천연가스와 같은 웨트벌크시장으로도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칠봉 부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과 전략적 사업 제휴를 강화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해외 액화천연가스 운송 및 액화천연가스 거래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대한해운이 쉘과 맺은 대선계약을 토대로 앞으로 추가적 수주를 이끌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해운이 세계 최대 규모 에너지 전문회사인 쉘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높은 수준의 액화천연가스선박운용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앞으로 이 계약을 레퍼런스로 활용해 추가적 수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해운은 전용선부문사업을 확대하고 화물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라 경기가 어려운 만큼 대형 우량화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영업력을 강화해 장기운송계약을 늘리고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