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쌍용차의 2020년 1분기 실적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유동자산이 4094억711만 원, 유동부채가 9992억7170만 원으로 쌍용차는 1년이 지나면 5천억 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된다.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1년 안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과 1년 안에 갚아야 할 채무를 말한다.
쌍용차의 감사를 맡은 삼정KPMG는 이런 상황을 이유로 들어 쌍용차의 1분기 실적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내놨다. 쌍용차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정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시장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쌍용차가 상장폐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예 사장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결국 정부와 산업은행이 유일하다는 말이 나온다.
쌍용차는 본업인 자동차 판매나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자산을 짧은 시간에 늘리는 게 불가능한 만큼 5천억 원을 빌려서 유동성 위기를 넘는 수밖에 없다.
보통의 기업에게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의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쌍용차에게는 정부 지원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쌍용차는 최대주주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쌍용차에 2300억 원 자금지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없게 됐다. 또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으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들이는 일도 쉽지 않게 됐다.
정부와 산업은행을 설득하려면 지원을 받은 뒤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느냐 하는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데 예 사장은 신차 출시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신차 출시 계획을 밝히며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력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쌍용차는 하반기에 G4렉스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내놓고 티볼리에어를 다시 시장에 출시해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판매성과에 비춰봤을 때 이것만으로 자력회생이 가능할 것이냐를 두고서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예 사장은 2019년부터 쌍용차를 이끌며 유럽시장을 수출거점으로 점찍고 코란도, 렉스턴스포츠 브랜드 등의 판매확대를 꾀했지만 수출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쌍용차는 2019년에 해외에서 자동차를 모두 2만7446대 파는 데 그쳤다. 2018년보다 판매량이 5.8% 줄었다.
더욱이 쌍용차는 2019년에 코란도와 렉스턴스포츠 칸 등 신차 2종을 내놨음에도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적자를 보기도 했다. 신차 개발비 등 지출비용을 자동차 판매 확대로 만회하지 못한 셈이다.
예 사장은 2021년 초에 내놓을 첫 준중형SUV 전기모델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쌍용차의 제품 경쟁력을 향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첫 전기차 출시카드도 과연 유효할지 미지수다.
예 사장은 이에따라 우선 쌍용차가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고용안정에 힘쓰고 있다는 점과 노사의 자구노력 등을 앞세워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최근 노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평택시 등과 노사민정 협의체를 꾸리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상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사가 위기를 넘기 위해 모든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