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20-05-06 10: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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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시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6일 “현재 한국 항공시장은 대형항공사(FSC) 2곳, 저비용항공사(LCC) 9곳으로 여객 항공사 11곳이 경쟁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취항을 시작한 신생 저비용항공사 3곳을 제외하더라도 항공사가 9곳이나 돼 공급과잉 우려가 있었다”고 파악했다.
▲ 4월29일 서울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항공업계 사장단 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출국 수요가 연평균 13.1%씩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의 신규 시장 진입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항공사 수가 인구 천만 명 당 2.1곳, 면적 만㎢ 당 1.1곳까지 늘었는데 단위인구 및 단위면적당 항공사 기준으로는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점차 출국 수요 증가률이 둔화되면서 국내 항공시장의 재편시기도 다가오는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부터 출국 수요 둔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한국인의 최대 여행 선호지인 일본관광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7년 동안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일본을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 증가률이 둔화됐다”고 봤다.
여기에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된 데다 수요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도 불확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원은 “치료제 개발,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감 등이 항공 수요를 자극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 수요 회복은 현재 183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국인 입국금지 및 제한조치가 철회된 이후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각국 정부의 여행 재개를 위해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됐다는 확신이 필요해 생각보다 수요 회복이 더딜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종식돼 항공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공급과잉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원은 “추가 성장동력이 제한적 상황에서 코로나19 발생 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최근 11곳까지 늘어난 항공사 모두를 위해 충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봤다.
정부가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지원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모두를 살리는 방향은 아닐 것으로 예상됐다.
김 연구원는 “시장 신규 진입과 경쟁 과열로 국내 항공사들은 현재와 같은 돌발 상황을 버텨낼 충분한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정부도 항공사 및 관련 업종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항공사에 무조건적 지원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코로나19 이후 성숙기에 접어든 항공시장에서 건전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구도와 규모를 놓고 고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