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나 기자 annapark@businesspost.co.kr2020-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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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이 대형증권사 위주의 정통 투자금융(IB) 영역에서 기업공개 주관을 따내는 등 깜짝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주식자본시장(ECM) 담당조직을 신설하고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등 투자금융(IB)부문을 키우기 위해 힘써온 결실로 보인다.
▲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코넥스 상장사인 TS트릴리온의 코스닥 이전상장 주관을 맡으며 그동안 부진했던 투자금융(IB)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TS트릴리온은 탈모샴푸로 잘 알려진 TS샴푸를 제조·판매한다. 2007년에 설립됐으며 2017년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2019년 5월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하기 위해 하나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올해 3월 주관사를 하이투자증권으로 바꿨다.
하이투자증권이 대형증권사들을 대신해 주관사 자리를 꿰찬 만큼 TS트릴리온의 이전상장 이후 비슷한 규모인 기업의 투자금융(IB)업무에 특화된 증권사로 자리매김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투자금융(IB)부문을 키우기 위해 올해 2월 주주배정 방식으로 21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보통주 발행 방식으로 1175억 원,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방식으로 1천억 원을 확보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충한 자금으로 기존 사업 강화와 함께 신규영역 확장에도 나설 것”이라며 “지난해 주식자본시장(ECM)실을 신설한 만큼 그동안 부진했던 정통 투자금융(IB)부문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투자금융(IB)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대규모 거래를 따낼 수 있는 자본력으로 이어진다. 또 자기매매사업에서도 대형 투자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김 사장은 투자금융(IB)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 외에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2019년 7월 하이투자증권은 3팀체제였던 투자금융(IB)사업본부를 1실6팀체체로 확대 개편했다.
투자금융(IB)사업본부 안에 ECM(주식자본시장)실을 새로 만들고 그 안에 ECM1팀과 ECM2팀을 뒀다.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 주식 관련 업무와 코넥스 지정자문 등 업무도 전담하게 했다.
김 사장이 조직개편으로 힘을 실어준 ECM실에 코넥스 지정자문 등의 역할을 맡긴 만큼 대형증권사에서는 비교적 관심을 두지 않는 코넥스 상장사의 이전상장 등 영역에 전문성을 갖춘 주관사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사장이 유상증자와 조직개편 등으로 투자금융(IB)부문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대형증권사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공개나 채권발행 등 전통적 투자금융(IB)영역은 대형증권사가 독식하고 있어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중형증권사는 주관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업무는 증권사의 트랙레코드가 중요해 주관실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다만 김 사장이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형증권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겠다는 태도를 보인 만큼 하이투자증권의 투자금융(IB)부문 키우기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둬 DGB금융그룹에 편입된 지 1년 만에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우뚝 설 수 있었다”며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으나 발 빠른 위기관리와 대응으로 사업 토대를 굳건히하여 상위권 증권사로의 도약을 다져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