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이사가 LG그룹의 의미있는 사업인 반도체사업에서 성과를 계속 낼 수 있을까?
LG그룹 유일의 반도체회사에서 첫 3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임에 성공했으나 연임 첫 해부터 코로나19 사태의 된서리를 맞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스플레이업계가 수요와 공급 모두 차질을 빚으면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실리콘웍스도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는 2019년 기준 디스플레이 구동칩시장에서 3위에 올라있다.
글로벌 전체 반도체업체 순위로 따져도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기업) 중 유일하게 60위 이내에 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리콘웍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이 뼈아프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실리콘웍스 매출의 77.4%를 차지한 주요 고객사다.
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OLED) 전환을 추진하면서 실리콘웍스도 올레드 디스플레이 구동칩사업의 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1분기 영업손실 3600억 원을 내는 등 올레드 전환에 진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글로벌 가전, 모바일 수요가 감소한데다 광저우 올레드 신규 생산라인 가동마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로서는 실리콘웍스의 LG디스플레이 매출 의존도를 시급히 낮춰야 할 과제가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여기에 BOE와 CSOT 등 중국 기업들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실리콘웍스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실리콘웍스는2019년 중국 매출이 1593억 원으로 2018년 433억 원의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중국사업의 중요도가 이전보다 커졌다.
실리콘웍스를 맡은 지 4년차를 맞은 손 대표로서는 녹록치 않은 외부환경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앞선 3년 동안 LG그룹의 반도체사업 역량이 실리콘웍스에 집중되며 우호적 환경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손 대표는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조직인 SIC(시스템반도체)센터장을 맡아 모바일·가전 반도체 개발을 총괄하며 모바일 AP를 독자개발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러면서도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팹리스 생태계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손 대표는 LG그룹이 실리콘웍스를 인수한 이듬해인 2015년 비상무이사에 선임되며 실리콘웍스에 투입됐다. 2016년 말 실리콘웍스를 설립한 한대근 대표가 물러나고 손 대표가 새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손 대표체제에서 실리콘웍스는 꾸준히 성장했다. 매출은 2016년 6100억 원이었으나 2017년 6928억 원, 2018년 7918억 원, 2019년 8671억 원으로 늘어났다. 3년 평균 영업이익은 495억 원으로 안정적 수익을 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손 대표는 올해 3월 3년 연임에 성공했다.
손 대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웍스는 2019년 연구개발(R&D) 인력을 100명 이상 늘렸다. 연구개발 투자액은 전년 대비 16.5% 증가하며 1천억 원을 넘어섰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5%까지 늘어났다.
실리콘웍스의 연구개발 역량 확대는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국내 96건, 해외 82건 등 모두 178건의 특허를 출원해 2018년 96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리콘웍스는 이를 통해 다양한 응용처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에 뛰어든다. LG전자의 가전 경쟁력이 우수한 만큼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전장용 전력관리칩(파워 IC), 배터리관리칩(BMS IC) 등을 개발해 LG그룹의 전략사업과 동반성장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