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사장은 현재 상황에서 올해 말까지 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카드를 들고 있다.
현대차는 3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이 사장을 비롯해 이사회 멤버 11명이 모두 참석한 이사회에서 앞으로 10개월 동안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 한도를 1조 원으로 정했다.
현대차가 현재 진행 중인 회사채 발행규모를 애초 계획보다 3천억 원 늘려 6천억 원까지 확대해도 4천억 원의 한도가 남는 셈이다.
현대차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들어오는 돈 전액을 4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5억6천만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외화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기로 했는데 이번 회사채 발행만으로는 이를 다 갚지 못한다.
현대차는 2016년 5년물로 발행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3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도 상환해야 해 앞으로도 현금 나갈 곳이 많다.
3월 진행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현대차는 회사채 발행배경으로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사상 최저금리’를 꼽고 있다.
현대차가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 조달금리는 5년물의 경우 민간채권평가사의 평균금리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4월22일 기준 한국자산평가 등 민간채권평가사 4곳이 현대차 5년물을 평가한 평균금리는 1.830%로 4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차입금 이자율 2.54~3.03%보다 크게 낮다.
현대차가 28일 진행한 3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는 낮은 금리에도 1조4천억 원의 자금이 몰려 흥행했다.
사상 최저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현대차 회사채를 향한 시장 수요를 확인한 만큼 이 사장이 추가 발행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이 사장은 현대차를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로 2016년 대표 취임 이후 차입경영을 조금씩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 사장 취임 뒤 개별기준 부채비율이 매년 올라 2016년 말 24.7%에서 2019년 말 37.5%로 3년 사이 12.8%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현금성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등 유동성 재원이 총차입금을 초과하는 등 여전히 재무적으로 탄탄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 모두 61조1천억 원을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사업 역량 확보 등에 투자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차가 코로나19 이후 인수합병 등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이 사장은 가능한 한 많은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사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미국 판매법인 재경담당 임원으로 일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례가 있다.
시장에서 현대차는 회사채 발행을 자주 하지 않는 회사로 평가되는데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반 년 동안 3차례에 걸쳐 7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으로 쓰며 공격적 영업을 지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 이후 또 다시 회사채 발행을 진행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향후 글로벌 수요 회복시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 관리 강화, 적정 재고수준 유지 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