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이 ‘고정고객’을 어느 정도 확보한 고급 여성패션사업 강화로 코로나19 위기를 타고 넘는다.
박 부문장은 올해 ‘준지’ 브랜드의 여성복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탈리아 브랜드 ‘플랜씨’, 미국 브랜드 ‘앨리스앤올리비아’ 등을 앞세워 해외 고급 여성 브랜드부문도 강화한다.
▲ 박철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부사장.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고급 의류부문 매출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3사의 봄 정기세일에서도 패션부문 전체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해외명품 등 고급패션 매출은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부문장도 고급 여성패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년 째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 패션시장에 코로나19까지 덮친 가운데 고급 여성패션은 고정적 수요가 확실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급 여성패션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강점을 지닌 영역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 1천억 원의 메가 브랜드 ‘구호’, 시니어 여성복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르베이지’ 등을 중심으로 고급 여성패션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9년 봄여름시즌을 시작으로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에서도 여성복 라인을 내놓으며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장하고 있다.
박 부문장이 코로나19라는 험난한 산을 잘 넘기 위해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잘 단련해둔’ 무기를 꺼내든 것이다.
박 부문장은 코로나19로 매출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고급 여성패션사업을 키우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3월과 4월 연달아 준지 여성복과 플랜씨 등의 단독 매장, 앨리스앤올리비아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등을 새롭게 열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3월 말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본점 4층에 준지 여성복의 단독매장을 처음으로 연 뒤 갤러리아압구정에도 매장을 개장했다.
준지 여성복은 최근 여성패션의 변화 추세에 발맞춰 셔츠형 스커트, 셔츠형 원피스 등 남자와 여자의 경계를 허무는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팝스타 리아나씨, 가수 씨엘씨 등이 즐겨 입어 화제가 되는 등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를 통한 마케팅효과도 누리고 있다.
4월에는 현대백화점 본점에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 ‘플랜씨’의 단독매장도 냈다. 플랜씨는 패션 브랜드 ‘마르니’를 이끌었던 카스틸리오니 가문의 카롤리나 카스틸리오니가 론칭한 브랜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앞서 2019년 자체 편집숍 ‘10꼬르소꼬모’를 통해 플랜씨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고 앞으로 단독매장을 늘려가며 브랜드 사업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을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새롭게 들여온 해외 브랜드 앨리스앤올리비아는 개성을 중요시하고 가치있는 상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2030세대를 겨냥했다.
앨리스앤올리비아는 뉴욕 출신 디자이너 스테이시 벤뎃이 음악과 미술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들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의류뿐 아니라 신발, 핸드백,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구체적 장소와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준지 여성복과 플랜씨 등의 매장을 추가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부문장은 앞서 2018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맡은 뒤 2019년 대표 브랜드 ‘빈폴’의 대대적 재단장, 온라인 브랜드 강화 등 변화를 이끌며 삼성물산 패션부문 실적을 흑자궤도에 올려놨다.
박 부문장은 2019년 10월 ‘빈폴’ 브랜드를 새롭게 바꿔 소개하면서 이제는 내수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시장에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그는 외부노출이 거의 없는 편인데 빈폴 브랜드의 리뉴얼 행사에 참석해 “전쟁에 이겼다. 철구의 끈을 더욱 조여라”라는 속담을 인용하며 흑자기조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도약을 향해 쉬지 않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박 부문장은 다시 한 번 국내시장에서부터 전쟁을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