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우체국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롯데택배,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속해있는 산별노조로 2017년 11월 정부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고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7일 동안 교섭 요구 사실을 모든 사업장에 공고해야 하지만 CJ대한통운과 대리점들은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이에 택배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요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에 시정지시를 내렸지만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은 이를 거부하고 2018년 각각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관련해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놓고 벌어진 행정소송은 모두 4건이 제기됐는데 법원은 이 가운데 CJ대한통운 대리점주와 택배노동자 사이의 관계를 다룬 3건의 소송에서 모두 택배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11월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한 판결에서 ‘택배기사들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대리점주들이 제기한 3건의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한편 당초 3월 중으로 내려질 예정이었던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관계를 다루는 재판결과는 코로나19에 따라 4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대리점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했음에도 CJ대한통운이 여전히 택배노조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법원에서 줄곧 택배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이 그 취지를 받들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늘어나면서 택배기사들의 근무여건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데 CJ대한통운은 눈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택배노조에서 일하는 CJ대한통운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근무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호소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은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늘어나도 휴식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선 택배기사들에게 배정되는 마스크도 주당 1~2개 정도로 안전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어 시급히 노동교섭을 해야 하는데 CJ대한통운 경영진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택배기사들의 근무여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코로나19로 CJ대한통운의 실적은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 1분기 택배처리량이 3억6700만 박스로 급증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9.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의 올해 1분기 택배 매출은 지난해보다 22.8% 늘어난 7525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에서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희생을 발판삼아 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조은 참여연대 간사는 "코로나19로 택배사업장은 이익을 보고 있지만 이는 택배기사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택배기사들이 기여한 노동을 향한 정당한 휴식과 이익이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아직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 사이에 분쟁을 다루는 소송의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판결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앞서 내려진 3건의 소송은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내려진 판결인 만큼 CJ대한통운이라는 회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회사로서는 아직까지 교섭에 응할 생각이 없고 회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희 부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단독체제를 구성하면서 CJ대한통운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세우겠다는 포부를 보였지만 글로벌 일류기업에 맞는 노사관계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근희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CJ대한통운이 창립 9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자 ‘100년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라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