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첫 인수합병 대상으로 아주캐피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손 회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빈 손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해 둔 아주캐피탈을 적절한 가격에 인수한다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이 아주캐피탈을 합리적 가격에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은행은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웰투시제3호)이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우선매수청구권에는 주가 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를 적용해 지분을 매각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기업 매각에서 주가 순자산비율 1배 이하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지분 가치를 최대 순자산가치만큼만 산정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아주캐피탈의 순자산가치가 8140억 원 수준이기 때문에 웰투시제3호가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 74.04%의 가치는 주가순자잔비율 1배를 적용하면 602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우리은행은 이미 웰투시제3호의 지분 49.8%를 들고 있기 때문에 아주캐피탈 잔여지분 인수를 위해 손 회장이 추가로 들여야 하는 자금은 최대 약 3천억 원이 되는 셈이다.
손 회장은 현재 아주캐피탈 지분 37%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셈인데 지분을 늘려 자회사로 두고 싶은 마음이 클 수 밖에 없다.
아주캐피탈은 아주저축은행도 자회사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로 두게 되면 캐피털회사와 저축은행을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손 회장이 주가 순자산비율 1배를 적용해 아주캐피탈 지분을 인수한다면 비교적 낮은 가격에 우량한 캐피털회사를 확보하게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이뤄진 캐피털회사의 매각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애큐온캐피탈은 주가순자산비율 1.03배, 롯데캐피탈은 1.05배를 적용해 매각이 이뤄졌다.
아주캐피탈은 지난해 1천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애큐온캐피탈(약 920억 원)보다 많고 롯데캐피탈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가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도 일단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물러날 가능성이 현재로서 높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은 2조 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써낸 KB금융지주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롯데카드 인수전 때와 마찬가지로 지분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승리해 손 회장이 지분 투자에 나서게 된다면 6월로 예정된 아주캐피탈 지분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는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았다.
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웰투시제3호의 펀드 청산시기를 올해 6월로 1년 미뤘다.
웰투시제3호는 펀드 존속기간이 2019년 6월까지지만 사원총회 결의를 통해 1년씩 두 번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뒀다. 이에 따르면 2021년 6월까지 청산시기를 미루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기자본비율이 11.89%로 시스템적중요은행(D-SIB) 규제 기준 11.5%에 근접했다.
푸르덴셜생명 지분투자와 아주캐피탈 인수에 모두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의 승자가 KB금융지주로 굳어지면 손 회장으로서는 아주캐피탈 인수에 집중해 인수합병을 향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주캐피탈 인수를 확정짓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아주캐피탈 지분 인수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