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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오른쪽)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상호간 전략사업에 대한 정보교환 및 맞춤형 금융지원’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수출입은행의 부실대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수출입은행은 조선업계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한 최대 채권금융기관이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등 여러 조선사의 부실이 커지면서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이 행장은 그동안 수출입은행의 대출심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의 잠재위험 관리기능을 강화하면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수출입은행, 조선업계와 동반 부실화 우려
수출입은행은 지난 1일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위한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했다. 수출입은행은 9월 말경 성동조선해양에 2000억~3700억 원을 추가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이 추가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성동조선해양에 2조6천억 원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을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손실을 추가로 입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영표 수출입은행 전무는 “지금 당장 얼마를 투자하느냐 하는 것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는 것이 더 급한 문제”라며 “다음해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덕훈 행장도 “수출입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추가출자를 받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이익적립금으로 보전할 수 없는 손실을 정부출자 등으로 메울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에 수출입은행에 추가출자하기 위해 75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01%다. 이 비율은 국내 은행 18곳 가운데 가장 낮다. 금융감독원의 은행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인 10%를 간신히 넘어서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조선업계의 부실이 커지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 수출입은행은 선주의 선박 선수금을 금융기관이 보증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국내 5대 조선사를 대상으로 19조7961억 원에 이르는 신용공여액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 3조 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 문제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신용공여액 21조8천억 원 가운데 12조4200억 원을 내준 최대 채권금융기관이다.
최근 5년 동안 수출입은행에게 보증이나 대출을 받았다가 법정관리를 받게 된 기업은 102곳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은 이들에게 내준 여신 1조3천억 원 가운데 약 4천억 원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박 의원은 “수출입은행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함께 부실화하고 있다”며 “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여신관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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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오른쪽)이 지난 7월1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열린 '창립 39주년 기념식 및 윤리경영 선포식'에서 직원 대표들의 윤리경영 선서를 듣고 있다. |
◆ 헐렁한 대출심사 기준에 커지는 부실
수출입은행은 조선과 해운 등 주요 수출기업 지원을 맡고 있다. 수출에 주력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히든챔피언’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보다 대출심사 기준을 느슨하게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여러 번 특혜성 대출과 부실대출 논란에 휩싸였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모뉴엘의 사기대출 사건이 터졌을 때 큰 피해를 입었다.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에 정책자금 1135억 원을 전액 신용대출로 내줬다. 수출입은행은 당시 박홍석 대표의 연대보증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입은행 여신업무를 담당했던 간부 2명이 모뉴엘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내부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법정관리로 들어간 경남기업에도 5209억 원의 대출과 보증을 내줬다. 수출입은행이 이 때문에 입은 손실만 약 2천억 원에 이른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5월 “수출입은행은 2013년 6월 경남기업 신용평가에서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는데 비슷한 상태의 이수건설에 대해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수출입은행의 대출평가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현장점검 등 위험관리 체계를 바꾸고 있다”며 “정책금융을 계속 지원하면서 잠재위험성을 관리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 이덕훈, 잠재위험성 관리 강화에 고심
이덕훈 행장은 지난달 수출입은행의 리스크관리단을 리스크관리본부로 승격했다. 잠재위험성 관리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고 외부의 지적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행장은 당시 “수출입은행은 그 무엇보다도 잠재위험성 관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리스크관리단을 본부로 확대개편해 여신본부를 실질적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여신에 대한 심사기능과 여신 감리기능을 전문화해 부실이 나타날 조짐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 자산건전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리스크관리단은 지난해 6월 만들어졌는데 1년 만에 본부로 격상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행장은 리스크관리본부 아래 심사평가부를 만들어 여신부서의 대출을 별도로 심의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그동안 리스크관리단 단장이 영업부서장보다 직급이 낮아 대출을 내주는 데 제대로 관여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두 부서가 서로 견제하면서 부실대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