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해외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을 장악한 뒤 사업 실적이 우수한 롯데케미칼에서 성과를 내 신동빈 체제 출범의 정당성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지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의 페루 지사는 앞으로 남아메리카 지역 판매를 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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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중남미 지역은 아직 매출규모는 크지 않지만 폴리머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중국, 폴란드에 판매법인 2곳과 홍콩, 휴스턴, 모스크바, 이스탄불, 도쿄, 호치민 등에 지사 6곳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다른 국내 석유화학회사에 비해 해외사업에 적극적이다.
롯데케미칼은 6월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해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에탄분해설비(ECC)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롯데케미칼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공장 완공 후 기존 생산능력보다 280만 톤에서 370만 톤으로 대폭 늘어난다.
롯데케미칼이 2012년 투자한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도 9월 마무리된다. 공장이 준공되면 롯데케미칼은 가스전을 확보하게 되고 메탄 260만 톤을 매년 우즈벡 정부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11월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 기업인 ‘타이탄’을 인수해 동남아에도 거점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타이탄으로부터 인수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연간 올레핀 110만톤, 합성수지 150만톤, 부타디엔 10만톤, 이축연신폴리프로필렌필름(BOPP) 3만8000톤을 생산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한일롯데 경영권을 장악한 후 첫 해외출장지로 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 공장 준공식을 찾았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을 확보한 뒤 첫 방문한 곳도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이었다.
신 회장은 그만큼 롯데케미칼에 힘을 쏟고 있다.
신 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형 신동빈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맞서 롯데그룹에 신동빈 시대를 열었다. 신동빈 시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여론이 좋지 않고 내수침체로 유통 등 롯데그룹 주력사업 전망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의 경우 해외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해외사업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높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투자를 확대할 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부문에서 기초체력이 탄탄한 기업이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이익 6398억을 거뒀고, 3분기 실적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연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전반적인 업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3분기 영업이익은 3895억 원으로 추정치에 부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공장과 이탈리아 베르살리스와 합작해 세우고 있는 여수공장에서 생산되는 합성고무를 2017년부터 중국 및 인도 등에 공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합성 고무 생산 규모는 연 5만 톤에 이르며 내년에는 연 7.2만 톤까지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해외 투자에 대한 의지가 강해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안정된만큼 또다른 해외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특히 변동이 큰 소비재 산업이 아닌 안정적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는 석유화학 등 시설 사업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