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권 대표가 과거 TV와 스마트폰사업을 이끌면서 보여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권 사장은 26일 열린 LG전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된 후 이어서 열린 이사회에서 배두용 부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권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성진 전 대표이사 부회장의 자리를 물려받고, 배두용 부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정도현 전 대표이사 사장의 자리를 넘겨받은 셈이다.
권 사장은 2019년 11월 CEO에 선임된 지 정확히 120일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권 사장이 풀어나가야 하는 LG전자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경영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빠른 실적 개선이 필요한 스마트폰사업과 자동차전장사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된 점이 뼈아프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만 해도 LG전자는 중국사업 비중이 크지 않아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확산되면서 LG전자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당장 신형 스마트폰 V60씽큐와 G9씽큐를 선보이려 했던 MWC2020 행사가 취소되면서 홍보의 기회가 사라졌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V60씽큐는 별도로 공개하기는 했으나 주력시장인 북미와 유럽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빠지면서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심지어 G9씽큐는 아직 공개조차 하지 못했다.
전장사업 역시 코로나19로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 유럽 내 주요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어려움에 놓였다. 전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 증가가 제한돼 흑자전환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차량용 조명 자회사 ZKW는 최근 오스트리아 현지공장 3곳의 생산량을 줄였다. 올리버 슈베르트 ZKW 최고경영자는 계약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전자의 주력사업인 TV도 경영환경이 악화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북미와 유럽이 LG전자의 핵심시장이기 때문이다. LG전자 TV 매출에서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여기에 중국 내 LCD패널 공급 차질로 LCD 가격은 올랐고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OLED)TV 판매가 늘어날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가 결정됐다.
자회사 LG디스플레이의 형편도 좋지 않다. 전방 TV 수요 부진과 도쿄올림픽 1년 연기, 애플 5G 아이폰 출시 지연 가능성 등으로 올레드 전환전략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구조가 불안하다. 경기둔화 속 유동성 우려가 발생하면 LG전자가 자금수혈에 나서야 할 수도 있어 부담이다.
권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핵심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20년 신년사에서 “기존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변화의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속적 성장을 위해 변화를 통한 성장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사장이 LG전자 전체를 이끄는 대표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이미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를 동시에 맡아서 경영수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권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다양한 사업분야의 책임자로서 선택과 집중, 낭비되는 자원의 최소화 등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권 사장이 보여준 디지털 전환을 향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