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손 회장은 금감원 중징계 처분의 효력정지로 지주사 회장 연임에 주주 승인만을 앞두게 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하기로 하면서 임기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필요성도 커졋다.
20일 법조계와 금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손 회장이 다음 회장 임기 3년을 지키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손 회장이 낸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손 회장에 내려진 문책경고 결정은 30일 동안 효력이 정지됐다. 손 회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 성공까지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 승인만을 앞두게 된 것이다.
손 회장은 가처분신청과 함께 금감원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손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서 앞으로 진행될 행정소송에서 반드시 이겨야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우리금융지주 지분 7.71%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손 회장 연임에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낸 만큼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후속행동을 할 가능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금감원과 벌이고 있는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국민연금이 상법 제366조에 따라 손 회장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상법 제366조는 발행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목적과 소집 이유를 밝히고 이사회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가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주총회를 여는 것도 가능하다.
금감원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 부실 등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렸다.
대형로펌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한다면 금감원 징계사유인 법규 위반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거절하더라도 법원이 소집 허가를 내주기에 충분한 사유”라고 바라봤다.
문책경고는 금융회사 임원이 현직을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손 회장이 낸 행정소송은 3심까지 진행될 수 있는데 다음 회장 임기 3년을 끝낸 뒤에 최종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기 위해서 반드시 최종 판결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시각이 법조계에서 많다.
손 회장이 25일 주주총회에서 일단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임기는 행정소송 승패 여부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를 해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기 위해서 반드시 대법원 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1심 판결에서 이사를 해임할 만한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법원에서 주주총회 소집 사유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해임을 두고 주주총회 표대결이 벌어진다면 당장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약 29%), 우리사주조합(6.42%)이 손 회장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도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매각하며 경영권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손 회장을 지지하는 측의 지분이 53%로 전체 과반을 넘는 셈이다.
하지만 변수는 예금보험공사가 향후 보유지분을 매각할 계획을 세워뒀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는 보유지분을 올해부터 2~3차례에 걸쳐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회당 매각 지분은 6%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의 다음 임기 안에 1번이라도 손 회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주주에게 지분이 팔리면 손 회장 지지측의 과반 지분율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손 회장은 대형로펌의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해 행정소송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법무법인 화우 등에서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