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을 상대로 낸 행정심판에서 오렌지라이프에 이어 교보생명이 승소함에 따라 다른 보험사들이 제기한 같은 분쟁건도 동일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 신한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로고.
16일 생명보험 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과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각각 국세청을 상대로 낸 자살보험금 관련 과세처분 심판 청구건을 놓고 조세심판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세금 다툼이 있으면 법원에 가기 전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세금분쟁의 대다수는 소송까지 가지 않고 행정심판 단계에서 끝난다.
승소하게 된다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추징금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추징금이 환급되면 일회성이지만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도 보인다.
생명보험사들에게 부과된 전체 추징금 액수는 1천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사들은 행정심판 결과가 긍정적으로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 8월 오렌지라이프가 조세심판원의 판단에 따라 150억 원가량의 추징금을 되돌려 받은데 이어 교보생명도 국세청에 승소하면서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같은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2월 교보생명이 국세청을 상대로 과세처분심판 청구 건을 놓고 교보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환급된 추징금은 100억 원이 넘는다"며 "1분기 손익계산서상 기타이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보험금은 생명보험의 사망 특약 가운데 하나로 피보험자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했을 때 고의나 자해 여부를 묻지 않고 ‘재해사망’으로 인정해 지급하는 보험금이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된 뒤 약관이 수정돼 2010년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는 자살보험금을 주지 않는다.
생명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자살했을 때 재해사망특약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명령했지만 지급해야 할 보험금 액수가 2천억 원대에 이르자 보험사들은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에 들어갔다.
이에 대법원은 2016년 5월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보험사들에 권고했고 보험사들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를 보험가입자에게 지급했다.
이 때 생명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를 2016년에 한꺼번에 비용처리하고 세금을 냈는데 국세청은 생명보험사들이 해마다 세금을 계산하지 않고 한꺼번에 비용처리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덜 냈다고 봤다.
보험 계약자가 2014년이나 2015년에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청구건을 해당 연도에 비용처리 해 세금을 계산했어야 하는데 2016년에 일괄적으로 반영했다며 2018년 말 생명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지연가산세를 더한 추징금을 부과했다.
보험사들은 대법원에서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낸 것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사항을 따른 것이고 보험금을 지금하지 않으면 최고경영자(CEO) 문책 등의 제재가 뒤따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급했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지연이자 문제는 법적으로 보험사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범위까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지급한 것”이라며 “세금까지 내라는 것은 지나친 처사였으며 판례로 볼 때 모든 보험사에 과세를 강요했던 국세청이 다소 무리수를 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