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애초 2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봤는데 코로나 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항공업황이 악화돼 추가적 비용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2조101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경영 정상화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101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지분 61.5%를 보유하고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가 4899억 원을 부담해 지분 15% 가량을 취득해 인수하기로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유현금 5천억 원에 유상증자 4천억 원, 공모회사채 3천억 원, 기타 자금 8천억 원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 가운데 최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마련 절차를 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는 순항하고 있다"며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보유현금 5천억 원까지 합해 전체 인수금액 2조 원 가운데 9907억 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모은 2조 원의 인수자금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일본여행 자제움직임으로 실적이 악화돼 2019년 3분기 808%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00%로 높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항공업의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경영 정상화를 향한 길이 멀고 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 원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부채비율은 500%에 수준에 그친다"며 "항공업황이 악화하면 그만큼 반등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 추가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에 비춰볼 때 항공업황이 정상화되기까지 9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2조 원의 경영 정상화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물론이고 모자라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를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방법으로 추가적 신주 발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항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허 교수는 “HDC현대산업개발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노후기재를 교체하는 자금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안정적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겠지만 신용등급이나 부채비율을 고려할 때 신주 발행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도 발행주식 수를 대폭 늘리기로 해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27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발행할 주식 총수를 기존 6억 주에서 8억 주로 늘리기로 했다. 이번 정관변경은 기본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되는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를 위한 준비작업이다.
다만 인수합병 거래를 완료하기 위해 필요한 실제 주식 수보다 발행할 주식수를 크게 늘렸다는 점에서 향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적 자금이 들어갈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발행할 주식 총수인 6억 주로는 인수합병을 위한 유상증자에 요구되는 발행주식 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정관변경을 하게 됐다”며 “정관변경을 할 때 발행할 주식 수를 여유있게 늘리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해 발행주식 수를 8억 주로 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포한 만큼 이와 같은 신주 발행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사태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사태의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를 염두에 두고 발행주식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금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