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대만 TSMC의 공정 포화상태에 힘입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의 기술력이 비슷한 만큼 TSMC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의 반도체 물량이 삼성전자로 향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낙수효과’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으로 더 많은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16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TSMC를 대신해 파운드리 일감을 수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TSMC는 2월 매출 31억1천만 달러를 거둬 역대 2월 매출 가운데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는 글로벌 팹리스로부터 7나노급 반도체 등 첨단 미세공정 일감이 몰려들어 새로운 물량을 받기 어려울 만큼 높은 가동률을 유지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TSMC의 이런 공정 포화상태는 4월 양산에 들어가는 5나노급 공정에서도 지속할 공산이 크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의 5나노급 반도체 생산량 대부분을 애플 등 주요 고객사가 선점해 이미 주문이 가득 찼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가운데 TSMC와 유사한 수준의 미세공정을 제공하는 기업이 삼성전자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성능 반도체를 원하는 다른 기업들은 삼성전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TSMC와 비슷한 시기 5나노급, 3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TSMC 가동률이 높게 유지돼 파운드리 가치사슬에서 포화상태(overflow)가 발생한다면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수혜를 볼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대체 불가능한 2위”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TSMC에서 처리하지 못한 일감을 확보하는 일만으로는 삼성전자가 대체 불가능한 2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시장에서 30%포인트 이상의 점유율 차이로 TSMC에 뒤처져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기준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2.7%, 삼성전자 17.8%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점유율에서 삼성 시스템LSI사업부의 반도체 물량을 빼면 두 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시장 점유율 2위를 보이고 있지만 순수 파운드리사업만 놓고 본다면 3~4위 업체들과 유사한 수준(7~9%)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의 차이가 고객사를 유치하는 여건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순수 파운드리기업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함께 수행하고 있어 고객사와 경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5G모뎀 등 모바일기기용 반도체를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팹리스인 퀄컴, 애플, 미디어텍 등의 사업영역과 일치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반도체와 관련해 파운드리 고객사와 겹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경쟁구도 등을 고려하면 파운드리사업부의 제품이나 전방산업을 시스템LSI사업부와 구분해야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자동차와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시장에 주력하면서 파운드리사업부와 중복을 지양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