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과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장이 2월10일 춘천 중앙로터리에서 합동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 블로그> |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위원장과 육동한 전 강원연구원장의 인연이 꼬였다.
두 사람은 불과 열흘 전만해도 춘천의 지역구 2곳에 따로 출마해 민주당의 동반승리를 다짐한 '동지'였지만 선거구 획정 결과 출마지역이 겹치게 되면서 민주당 공천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가 됐다.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결과 강원도 춘천의 분구가 예상 밖의 형태로 이뤄지면서 민주당의 춘천지역 후보자 공천을 놓고 허 위원장과 육 전 원장은 예상치 못한 경선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번 총선의 선거구 획정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춘천은 분구가 유력한 지역구로 꼽혀 왔다. 춘천의 인구가 28만 명을 넘어서면서 선거구 최대 인구 수 기준을 웃돌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춘천지역에서는 춘천 지역구가 춘천갑, 춘천을로 분구돼 2명의 국회의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육 전 원장은 춘천의 분구를 예상하고 1월에 민주당에 입당해 허 위원장과 함께 춘천 지역구 2석을 민주당 품에 안기기 위해 준비를 해 왔다.
두 사람은 사이도 좋았다.
허 위원장은 1월22일 육 전 원장의 입당환영식에서 “춘천 분구작업이 80%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분구 성공에 이어 육 전 원장과 함께 반드시 두 자리를 석권해 춘천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과 육 전 원장은 2월에는 춘천 중앙로터리에서 합동으로 선거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안이 한 차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춘천을 기존의 예상대로 춘천갑, 춘천을로 분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선거구 획정안을 내놨지만 여야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기존의 지역구를 최대한 바꾸지 않는 선거구 획정안을 새로 마련했다.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은 춘천을 철원, 화천, 양구와 묶은 뒤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춘천·철원·화천·양구을로 나눴다.
문제는 춘천의 25개 읍면동 가운데 19곳 읍면동이 춘천·철원·화천·양구갑에, 6곳 읍면동은 춘천·철원·화천·양구을로 갈라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춘천의 대부분이 춘천·철원·화천·양구갑에 포함됨 셈이다.
춘천의 현역의원인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선거구가 획정되자 춘천의 대부분이 포함된 춘천·철원·화천·양구갑으로 출마를 선택했다.
그리고 허 위원장과 육 전 원장도 모두 9일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출마를 결정했다.
육 전 원장은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출마를 선언하며 “당초 춘천이 분구되면 2석 모두 석권하자고 의지를 다져 왔는데 선거구가 쪼개지면서 안타깝게 됐다”며 “경선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를 추켜세우면서 아름다운 경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도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출마를 선언하며 “춘천 교체와 발전을 위한 적임자가 누구인지 시민들께서 선택해 줄 것”이라며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는 아름다운 경선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춘천·철원·화천·양구갑과 동해·태백·삼척·정선 등 일부 지역의 경선방식을 놓고 일반국민 100% 여론조사로 치르기로 방침을 정했다. 춘천·철원·화천·양구을 등 다른 지역은 기존과 같이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50% 여론조사 방식으로 경선을 치른다.
일반국민 100% 여론조사로 치르는 경선 방식은 오랜 기간 당내 활동을 해온 허 위원장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육 전 원장을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허 위원장은 공천관리위 결정을 흔쾌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의 경선시기는 아직 미정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일정 등을 고려해 늦어도 20일 전에 마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