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판매하는 액화천연가스(LNG)를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이 구입해 발전연료로 이용하는데 유가가 하락하면 원재료인 액화천연가스의 가격도 싸지기 때문에 발전비용이 절감되고 전력 구입단가(SMP)도 떨어진다.
전력 구입단가가 떨어지면 한국전력은 자회사들로부터 구입하는 전력비용을 줄일 수 있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
한국전력이 2월 내놓은 2019년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들의 연료비 총액 가운데 액화천연가스의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3.5%정도다.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을 두고 희망적 전망이 나오자 9일 코스피지수가 4%대 폭락하며 1950선으로 내려앉았음에도 한국전력의 주가는 8%대 급등하며 장을 마감하는 등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적 개선이라는 성과가 나온다면 한국전력이 그동안 "적자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온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계속 밀어붙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전력은 2019년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조3566억 원을 내며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영업손실이 이어진다면 한국전력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숙원사업인 전기요금체계 개편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한국전력은 2019년 7월 공시를 통해 전기요금 약관개정 인가신청을 위한 전기요금 개편안을 만들어 올해 6월30일까지는 정부의 인가를 얻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2019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의 영업손실과 관련해 "전기요금을 지금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합리적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 뒤 한국전력은 2019년 11월 공시를 통해 “한국전력 이사회는 전기요금체계 개편방향을 논의했으며 앞으로 전기사용 실태조사와 외부기관 용역 결과를 감안해 계속 토의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생산현장과 기업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전기요금의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체계 개편 요구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개편을 사전 협의한 적이 없고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후 한국전력의 적자상황을 감안해 총선이 끝나는 4월 이후에는 전기요금체계 개편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만약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이 뚜렷히 나타난다면 정부로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상황과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해 한국전력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계획대로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획대로 올해 상반기 안에 정부의 인가를 얻을 수 있는지' 묻자 "아직 정확한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