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훈 한국토지신탁 대표이사 회장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부동산경기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부동산신탁시장의 경쟁 심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토지신탁에 따르면 전체 신규수주에서 차입형 토지신탁사업 비중을 2018년 50% 이상에서 2019년 30%대로 낮춘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대신 신탁형 정비사업, 부동산신탁 수익증권 발행, 공유오피스 등 신규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560억 원, 영업이익 1190억 원을 올렸다. 2018년보다 매출은 5%, 영업이익은 35% 줄었다.
충북과 경남 등 현장에서 대손상각비 336억 원이 반영되며 영업이익률이 급감했다. 지방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몇몇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서 사업비 회수가 원활하지 않았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사가 고객에게 토지를 수탁 받아 개발한 뒤 분양해 수익을 거두는 사업이다. 부동산신탁사가 공사비 등 사업비를 직접 조달한다. 시장환경이 좋으면 투자한 만큼 이득을 보지만 반대로 나쁘면 위험부담이 더욱 커진다.
한국토지신탁이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것도 차입형 토지신탁의 주요현장인 지방 부동산경기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서울 수도권 등 부동산시장이 (거래량을 제외하고) 대체로 호황이었던 반면 지방 부동산시장은 2017년 이후 침체기에 들어서며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파악했다.
부동산신탁 회사가 기존 11곳에서 14곳으로 늘어난 것도 부동산신탁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소로 꼽힌다.
정부는 2019년 대신자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 신규 부동산신탁사 3곳을 10년 만에 인가했다. 다만 이 신규 부동산신탁사는 인가 이후 2년 동안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에는 진출하지 못한다.
차 회장은 2013년 엠케이전자를 통해 한국토지신탁을 인수했다. 엠케이전자의 지주사 오션비홀딩스는 차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차 회장은 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한국토지신탁을 키웠는데 지방 부동산경기가 식으면서 신탁형 정비사업에 눈을 돌렸다. 지난해 대전 유성구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 등 전체 신규수주의 많은 부분을 도시정비사업에서 올렸다.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도시정비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했는데 향후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최정상급 인지도를 지닌 건설사와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을 검토하는 경험을 통해 대형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서 경쟁력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 회장은 프롭테크(정보기술을 결합한 부동산서비스) 기업인 카사코리아와 협력해 온라인으로 부동산신탁 수익증권을 유통하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가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2012년 신탁법 개정 이후 처음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부동산신탁 수익증권을 여러 개로 쪼개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것”이라며 “기존 처분신탁을 통해 제한적으로 수익을 내던 것을 넘어서 더욱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 회장은 공유오피스 업계 1위 패스트파이브와 손잡고 리츠(부동산투자신탁)의 일종인 공유오피스 개발사업에도 나섰다. 운용수익과 함께 매각차익도 확보할 수 있다.
차 회장은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체계도 정비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도시재생사업본부를 2개 본부, 4개 팀으로 확대했다. 기존 미래전략사업본부를 리츠사업본부와 전략상품본부로 각각 나누면서 기존 아파트, 오피스텔 중심 상품을 보다 다양화하고 자금조달기법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