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에서 소멸법인으로 결정되면서 27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된다.
두 회사 합병을 놓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만이 거셌던 만큼 신주 상장 전까지 제일모직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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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25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1300원(2.92%) 오른 4만5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내림세로 출발해 장 초반 52주 신저가를 또 다시 경신하기도 했으나 이틀간의 하락을 멈추고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물산 주식은 27일부터 거래가 정지된다. 9월1일 제일모직과 합병된 뒤 9월15일부터 합병 신주가 상장된다.
삼성물산은 소멸법인으로 이름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제일모직은 이름은 사라지지만 삼성물산을 흡수해 거대 합병법인으로 재탄생한다.
삼성물산 주가가 이날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합병안이 통과된 이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최고치에 이르렀던 지난 6월8일 8만400원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50%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7월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킨 뒤 삼성물산 주가가 오른 날은 이날까지 포함해 7거래일에 불과하다. 합병반대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5만7234원과 비교하면 20% 가량 주가가 빠진 상태다.
제일모직 주가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 주가는 25일 전일보다 3천 원(2.29%) 올라 13만4천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제일모직 주가도 합병안 통과 이후 이날까지 8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림세가 이어졌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합병 이슈가 소멸되면서 두 회사 주가를 떠받칠 만한 요인이 부재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특히 합병무산에 기대를 걸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진 데다 글로벌 증시 불안까지 덮치면서 삼성그룹이 내놓은 자사주 매입 카드마저 전혀 약효가 듣지 않고 있다.
두 회사는 9월1일 통합 삼성물산 법인을 출범한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9월14일 새 주식을 배부받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계약상 주식교환 비율은 1대 0.35로 정해졌다.
가령 삼성물산 주식을 100주 가진 경우 14일 통합 삼성물산 신주 35주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받을 주식의 주당 가치는 14일 제일모직 주식의 종가가 된다.
제일모직 주가가 이날 삼성물산 주주들의 합병 비율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의 불만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주주들에게 거듭 약속했다. 자사주 매입과 바이오산업 육성 계획 등을 이미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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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하지만 중국증시 불안과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등으로 글로벌 증시 악재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합 삼성물산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증시 자체가 안갯속에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두 회사 경영진들은 주총을 앞두고 합병에 반대할 경우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이 손해를 볼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국민연금도 갈수록 곤란한 처지로 몰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두 회사 합병안에 외부자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내부의결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회사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지금까지 6천억 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떠안게 됐다.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도운 꼴이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향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문제 삼을 경우 이 부회장도 이 사안과 관련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