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 면허 1호의 명예를 안고 있는 삼부토건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이 최근 1조 원대의 빚을 갚지 못해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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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
삼부토건은 르네상스호텔을 비롯한 자산매각에 실패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돼 국내 건설업 면허1호(토목건축공사업, 1965년 3월 등록)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42위의 중견건설사에 불과하지만 1960년대와 1970년대만 해도 삼부토건 하면 현대건설, 동아건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인‧경부고속도로와 잠실개발 사업, 장충체육관 건립 등 당시 착공된 굵직굵직한 공사현장에는 언제나 삼부토건이 있었다. 삼부토건은 1980년대에 호텔업에도 진출해 서울 역삼동의 르네상스호텔를 소유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 2011년 4월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인 3200억원을 갚지 못해 이미 한차례 법정관리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러나 삼부토건은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채권단으로부터 약 7500억 원의 협조융자를 이끌어내면서 2011년 6월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했다.
그뒤 삼부토건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4년여 간 경영정상화 작업을 벌여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기간에 자산매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영권 승계를 놓고 가족분쟁도 불거졌다.
조남욱 회장의 차남인 조시연 부사장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윤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4월 동반 퇴진했다. 조 부사장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
삼부토건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삼부토건의 경영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자율재무구조개선 협약시기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통보했다. 삼부토건의 자율협약은 원래 6월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르네상스호텔 매각협상이 이어지면서 8월 초까지 연기됐다.
법원은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9월 초에 결정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차례 자율협약을 연장했지만 삼부토건이 르네상스호텔 매각에 적극적이지 않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삼부토건에 대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에서 점쳐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력업체가 대거 도산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채권단의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지혜롭게 머리를 맞대야겠지만 무엇보다 삼부토건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