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지역에서 타이어 유통망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9년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매출의 28%를 북미지역에서 냈는데 지난해 미국 유통망인 아메리칸타이어디스트리뷰션(ATD)가 파산위기를 겪으면서 교체용 타이어(RE) 판매에 타격을 입었던 만큼 안정적 유통망을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최고운영책임자.
12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이 대표는 북미지역의 유통망을 튼실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당장 발표할 내용은 없다”면서도 “북미에서 유통망 강화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선 이 대표가 온라인 중심 판매채널을 늘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북미에서 교체용 타이어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여기에 서둘러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채널을 확보하면 매장관리나 인력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이 대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30년 넘게 몸담으며 다양한 해외경험을 쌓아 ‘해외통’으로도 불리는 데다 미국 법인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만큼 유통망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 등 공격적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어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그동안 해외에서 안정적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유통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을 펼쳤었는데 이를 북미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타이어 1위 기업인 브리지스톤을 비롯해 굿이어, 미쉐린 등 경쟁 타이어기업들도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독자적 유통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그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오너 경영인'인 조현범 사장이 구속돼 이 대표가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조 사장의 '옥중 결심'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사장이 구속된 뒤에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주요 선진 시장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 판매채널에서 인수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7년에 해외 타이어 유통기업인 호주 작스 타이어즈를 인수하고 2018년에는 독일 라이펜 뮬러를 사들였다.
이 대표는 지난해 북미에서 유통망 약화로 실적이 부진했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2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나 줄었는데 이를 두고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북미와 유럽에서 유통 경쟁력 약화가 한 가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유통망이 불안정해 2분기 실적이 감소했다”고 분석했고 김진우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부진한 실적을 낸 내부적 요인으로 ‘상대적 취약한 유통망’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구속되면서 이 대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타이어산업의 불황을 헤쳐나가는 일을 혼자 책임지게 됐다. 지금까지도 조 사장이 신사업을 책임지면서 역할을 나눠 타이어사업을 맡아 왔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962년 태어나 경북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1987년 입사한 뒤 미주지역본부장, 중국지역본부장, 마케팅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유통사업본부장을 거쳐 2018년 3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9633억 원, 영업이익 5667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보다 매출은 2.4% 늘지만 영업이익은 19.3% 줄어든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