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불안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차 등을 포함한 국내 완성차5사 사이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다지고 있지만 수입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안방시장을 확고하게 수성하는 데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 현대차 기아차, 국내 완성차5사 기준 점유율 85% 넘봐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수입 브랜드를 제외한 국내 1월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84.97%다.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
2019년 1월과 비교해 시장 점유율이 1.1%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월 판매량이 각각 2019년 1월보다 후퇴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점유율 ‘85%’의 의미가 크다.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5사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이 85%에 근접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2016년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75% 수준이었다. 당시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차 등은 각각 티볼리와 말리부, SM6 등을 앞세워 점유율 20~25%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량으로 판매되던 주력모델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이들의 점유율도 덩달아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차는 모두 1~2종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타격도 더욱 컸다.
이 흐름대로라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그동안 넘보지 못했던 점유율 85%의 벽을 깰 것이라는 전망도 완성차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그랜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출시한데 이어 1월에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인 GV80까지 내놓으며 국내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2018년 12월에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판매 호조도 지속되고 있다.
기아차 역시 2019년 12월 말 K5의 완전변경(풀체인지)모델을 내놓으며 49개월 만에 월별 판매기록을 다시 쓰는 등 내수 판매 개선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한국GM이 최근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론칭했고 르노삼성차도 곧 XM3라는 신차를 출시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기세를 단번에 꺾기는 힘들어 보인다.
◆ 수입 브랜드 공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하지만 수입 브랜드까지 시야를 넓혀 보면 상황이 다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모두 1만7640대다.
2019년 1월보다 판매량이 3.1% 떨어진 것이지만 국내 브랜드의 1월 판매량 감소폭인 15.2%와 비교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메르세데스-벤츠(-5.2%)와 BMW(-0.7%), 포드(-6.7%), 재규어랜드로버(-1.3%) 등의 판매량이 2019년 1월보다 모두 줄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에 21.3%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수입 브랜드들이 약진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기아차의 판매량 감소폭은 같은 기간 2.5%다.
국내와 수입차 브랜드를 합산한 시장 점유율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잘 드러난다.
1월에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은 국내 완성차5사와 수입차를 모두 합쳐 11만7242대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72.2%에 머문다.
2019년 점유율인 71%와 비교해 늘긴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화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 덕분에 반사이익을 본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수입 브랜드에 맞서 안방시장을 확실하게 지키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도 현대차와 기아차에게 악재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모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핵심부품 확보에 차질을 빚어 최근 며칠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반면 수입 브랜드들은 해외에서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