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소재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임 사장때부터 추진된 산업용 특수가스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용 가스와 소재로 다각화한다는 전략에 속도를 내 임기 안에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10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해보면 SK머티리얼즈의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사업 인수는 당장의 실적 개선보다 중장기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인수가 SK머티리얼즈의 연결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나 반도체소재 국산화의 일환으로 중장기적 성장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은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크립톤(KrF) 포토레지스트 등 포토레지스트와 관련 소재들을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 200억 원에 적자를 내는 등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는 않았으나 성장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포토레지스트시장은 2019년 33억 달러(3조9천억 원가량)에서 연평균 6.1%씩 성장해 2024년 45억 달러(5조3천억 원가량)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사업이 시장 성장에 힘입어 2023년이면 매출 1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장은 특히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사업이 보유한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특허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특허는 보유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이 제품의 생산에 도전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생산과정의 노광공정(기판에 빛을 쏘아 회로를 인쇄하는 공정)에 쓰이는 소재다.
JSR, TOK, 스미토모화학, 신에츠화학 등 일본 화학회사들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가 불거졌을 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와 함께 대체가 어려울 것으로 거론된 3개의 반도체소재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2월 일본이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를 한 차례 완화하기는 했지만 이미 국내 반도체업계는 소재 확보가 언제든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 소재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사장의 포토레지스트시장 진출 시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SK머티리얼즈는 SK그룹 내에서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나 SK실트론 등에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SK머티리얼즈가 1~2년 뒤면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제품의 품질 테스트에 협력해 줄 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있다는 점도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이 사장이 추진하는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소재 국산화전략은 전임 대표이사였던
장용호 사장때부터 시작됐다.
장 전 사장 시절 SK머티리얼즈는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착수했다.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제품이다.
장 전 사장의 계획을 이어받은 이 사장은 성과를 내기 직전 단계에 와 있다. SK머티리얼즈에 따르면 현재 고순도 불화수소의 샘플을 반도체 제조사들에 보내 마지막 테스트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양산단계에 들어선다.
이 사장이 고순도 불화수소의 양산에 이어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의 생산에도 성공한다면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산업가스를 넘어 반도체 소재 전반을 공급하는 회사로서 입지를 더욱 다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에 앞서 7일 SK머티리얼즈는 공시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을 500억 원에 양수해 자회사 SK퍼포먼스머티리얼즈로 삼겠다고 밝혔다. 양수 예정일은 18일이다.
이 사장은 “포토레지스트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이라며 “고객들의 소재 국산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적기에 양산해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