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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원 롯데, 원 리더’로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여세를 몰아 롯데그룹의 개혁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가족과 기업경영은 별개”라고 선언한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 등 가족들을 경영에서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9월 초 롯데그룹 개에 관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일본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전후해 일본에 머물다 20일 귀국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문화 개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개혁에서 가족을 첫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하면 안된다”며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가족 중심의 지금까지 경영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이 주총에서 승세를 굳힌 만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가족들을 경영에서 배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재계 순위 5위에 걸맞지 않게 ‘구멍가게식’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신 회장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오너가 지배하는 독단적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가족들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영권 위협이 재발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주총에서 승리했으나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보유지분이 만만치 않은 만큼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호텔롯데의 2015 반기보고서에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름이 빠진 점도 주목된다.
호텔롯데는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지시스템에 반기보고서를 공시하면서 5억 원 이상 보수가 지급된 등기임원으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영자 사내이사 등 3인의 이름을 올렸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호텔롯데의 등기임원으로 재임하면서 연간 5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 전 부회장의 명단이 빠진 것을 놓고 5억 원 미만의 보수가 지급된 것일 수도 있으나 경영권 분쟁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에서 가족을 배제하려는 조처에 이미 들어갔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이 현재 한국 롯데그룹에서 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2곳뿐이다.
롯데그룹에서 최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업무보고 시간이 30분에서 15분으로 줄어든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를 신 총괄회장의 건강악화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조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 신 이사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족경영 배제의 관점에서 보면 거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 롯데쇼핑,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 롯데리아, 대홍기획, 롯데자이언츠 등 8개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장학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등 재단 3곳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신 회장이 귀국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과 대면해 화해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귀국 이후 롯데호텔 34층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20일 귀국길에서 가족과 관련한 질문에 “대화해야죠”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신 회장은 귀국 뒤 첫 행선지로 롯데케미칼을 정했다. 신 회장은 21일 충남 서산의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등을 방문해 공식행보를 재개했다.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 나서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던 계열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