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경영목표를 공격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향해 밀고나가고 있다.
지난해 부진을 털고 실적 개선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언제든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4일 대우건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올해 첫 분양인 ‘매교역푸르지오SK뷰’ 주택전시관 개관을 미루지 않고 사이버로 대체하기로 한 것은 사업 외적 변수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이 분양과 관련한 주택전시관을 사이버로 대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차선책을 마련해서라도 분양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고자 한 셈이다.
대우건설은 2020년 주택분양 목표를 3만4천 세대 이상으로 잡았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2만 세대 안팎을 잡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공격적 경영기조인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김 사장의 단단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김 사장은 KDB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기반을 다질 적임자로서 2018년 6월 대표에 취임했다. 당시에는 대우건설 외부 인사로서 일부 사내 반발도 있었지만 40년 동안 여러 대형건설사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점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지난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연결기준 영업이익 3641억 원으로 2018년보다 42%나 감소했다. 상위권 5대 건설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적고 하락폭도 제일 컸다.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주가도 지난 한 해 13% 가까이 떨어졌다.
김 사장이 1년 치 경영 성적표를 온전하게 낸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임기의 반환점을 돌아선 데다 매각이라는 중대 과제를 안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부진한 실적과 주가는 김 사장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이 올해 주택분양 목표를 공격적으로 내세운 것도 실적 개선과 시장 신뢰 회복에 관한 부담감이 합쳐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김 사장이 공격적 목표를 내놓은 것은 국내 주택사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수주 목표를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5조1천억 원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187.5%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이라크 반정부 시위와 미국과 분쟁 등 해외사업 위험요인이 여러 차례나 불거졌는데도 수주목표를 오히려 늘렸다. 알제리,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 거점국가에서 전략공종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경영전략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이라크 재건사업인 알포 신항만사업을 현지에서 직접 챙기는 등 수주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3개년 수주와 매출목표를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신규수주는 2020년 12조8천억 원, 2021년 13조3천억 원, 2022년 14조4천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출은 2020년 9조1천억 원, 2021년 10조5천억 원, 2022년 12조5천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올해 목표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수주는 20%, 매출은 5% 늘려잡았다.
기본적으로 수주산업인데다 경기를 잘 타는 산업 특성상 3년치 목표를 한 번에 제시하는 것은 건설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도 2016년 단행한 빅배스(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없애는 것)와 2018년 주택분양 지연이 추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실적 변동의 위험성이 언제든지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격적 목표를 세운 것은 시장 신뢰회복과 주가부양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이라며 “변수 상황까지 면밀하게 고려한 결과인 만큼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