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신형 에쿠스의 이름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는 에쿠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17년 만에 새로운 이름을 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바꿀 경우 디자인과 기능의 변화만으로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차의 이름은 차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한다. 신차가 공개되기 전 이름부터 알려진다. 이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은 작명에 힘을 쏟는다.
잘 만든 자동차 이름은 그 자동차의 판매량 운명을 좌우한다.
◆ 신차의 이미지 결정짓는 이름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플래그십세단 에쿠스가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형 에쿠스는 2009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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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해 10월 '아슬란'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로 현대차의 자존심을 되찾는다는 계획에 따라 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 또는 멋진 마차를 의미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9년 2세대 에쿠스를 출시할 때도 차명 변경을 검토했다. 당시 3∼4개의 이름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에쿠스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에쿠스가 1999년부터 10년 넘게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통하면서 최고급차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이름에 심혈을 기울인다. 차명이 차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만큼 차의 특징을 표현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명이 한 번 정해지면 최소 10년 이상 가는 점도 자동차회사들이 작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름에 따라 자동차 판매량이 엇갈리기도 한다.
현대차는 1985년 소나타를 출시했다. 소나타의 이름은 고도의 연주기술이 요구되는 4악장 형식의 악곡인 소나타에서 따왔다. 혁신적 성능과 기술을 가진 예술적 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소나 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면서 판매량이 부진하자 출시 3개월 만에 이름을 쏘나타로 바꿨다.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아슬란도 이름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한다. 현대차는 당당하고 품격있는 외관과 안정적 승차감 등이 사자의 특성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아슬란의 첫 광고에 사자를 등장시키는 등 사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다. 그러나 판매가 저조하자 ‘어슬렁, 아슬아슬하다’ 등의 조롱이 나왔다.
◆ SUV 이름에 주로 유명 휴양지
자동차회사들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휴양지 이름을 많이 붙인다.
SUV가 여가나 레저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 소비자들이 들어 본 익숙한 이름을 차명으로 정하면 친숙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쌍용차는 지난 1월 출시한 소형 SUV에 티볼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티볼리는 이탈리아 로마 근교에 위치한 유명 휴양지 이름이다.
쌍용차는 당시 차명을 짓기 위해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5~6개의 후보를 추렸다. 그뒤 임원 투표 등을 거쳐 최종 이름을 티볼리로 지었다. 쌍용차는 해외에서도 티볼리라는 이름을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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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일 쌍용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티볼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차의 싼타페와 투싼, 베라크루즈 모두 지역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싼타페는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레저가 발달한 관광지다. 투싼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사막 관광명소 투손(Tucson)에서 따왔다.
베라크루즈는 멕시코 중동부에 위치한 카리브해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휴양도시다.
기아차의 쏘렌토와 모하비도 마찬가지다.
쏘렌토는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에 위치한 휴양지의 이름이다. 모하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사막의 이름으로 열악한 사막의 기후 조건에서도 끄떡없이 달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GM은 미국에 본사를 둔 GM의 영향으로 미국의 지명을 차명으로 쓰고 있다.
말리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유명 해변의 이름이고 올란도는 디즈니월드가 있는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대표적 휴양지다.
◆ 수입차에 이어 국산차도 알파벳과 숫자 조합 사용
수입차는 주로 회사를 상징하는 알파벳에 차급을 의미하는 숫자를 조합해 차 이름을 사용한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BMW 5시리즈, 벤츠 S클래스 등이다.
최근 기아차도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아차는 K5를 출시한 뒤 K와 숫자를 조합해 신차를 내놓고 있다. K3, K5, K7, K9 등이다.
이 경우 기억하기 쉬운 데다 차의 특성이 이름에 어느 정도 드러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동물에서 이름을 따온 차종도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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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지난 11일 쉐보레 임팔라를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
1975년 출시된 현대차의 포니는 조랑말을 뜻한다. 갤로퍼는 질주하는 말을 의미한다. 티뷰론은 스페인어로 상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국GM이 최근 출시한 임팔라는 아프리카 사슴의 이름이다. 우아한 초식동물이지만 달리는 속도는 표범과 맞먹는다.
아반떼는 스페인어로 전진을 뜻한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이 이름을 지어 정몽구 회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그랜저는 ‘웅장, 장엄’을, 제네시스는 ‘기원, 시작’ 등의 뜻을 담아 고급차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이 차 이름을 짓기까지 보통 몇 달씩 걸린다. 아슬란의 경우 전문 컨설팅회사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수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선택됐다.
K5도 이름을 정하기 위해 약 15개월 동안 해외 유명 컨설팅회사의 자문을 받았다. 또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찾기 위해 국내와 해외 소비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단어연상, 시각추적 등 과학적 검증방법을 통해 이름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