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앱이 너무 많다는 안팎의 지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직원들이 경쟁상대인 신한은행의 ‘쏠’과 비교하는 점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쏠같은 통합앱을 만들지 않는 이유는 지금과 같이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는 앱들을 여러 개 유지하는 편이 금융환경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앱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하면 KB국민은행에서 나온 앱이 20개를 넘는다. 이 가운데 ‘KB굿잡’이나 ‘리브(Liiv) KB캄보디아’, ‘KB ONE(원)스캔’ 등 국내 은행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앱을 제외해도 10개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앱만 대표 모바일뱅킹앱 ‘KB스타뱅킹’, 간편뱅킹앱 ‘리브’, 대화형앱 ‘리브똑똑’ 등 3개다.
KB국민은행의 앱이 많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부 직원들도 정확하게 앱이 몇 개인지 모른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 말 여러 커뮤니티에 ‘KB국민은행 어플 근황’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버릴 건 버리고 앱을 통합했으면 좋겠다’, ‘지인들이 불편하다고 한다’, ‘신한은행 쏠처럼 통합앱을 만들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통합앱을 만들지 않고 지금과 같은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했다. 실제 신한은행처럼 통합앱을 만들자는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고객들이 필요에 따라 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통합앱을 만들어 다양한 기능을 모두 넣으면 금융환경과 규제 등의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신한은행이 쏠을 통해 통합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마이데이터 도입 등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이 어느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통합앱을 만들면 꼭 필요한 앱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이미 구축한 통합 브랜드 이미지를 깨야 하고 통합앱에 기능을 추가하면 복잡해지고 느려진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됐다.
KB국민은행은 앞으로 앱을 ‘투 트랙’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기능이 단순한 보조적 앱은 통합하거나 내재화한 뒤 전체적으로는 고객 성향에 따라 KB스타뱅킹과 리브 계열을 중심으로 앱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는 앱을 더 만들기보다는 기존 앱들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도 세워뒀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KB국민은행에 몸담고 있는 한 직원은 “시장은 물론 내부 직원들이 앱이 많다는 점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데도 지금의 전략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하니 답답하다”며 “실제 다른 은행과 비교해 앱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직원도 많다.
다른 직원은 “통합앱을 이용하면 앱을 받을 때 불필요한 서비스도 함께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KB스타뱅킹이나 리브 등 필요한 앱만 받아 쓰고 있는데 속도도 느리지 않고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통합앱 ‘쏠’을 대표선수로 밀고 있다.
쏠은 신한은행이 2018년 2월 기존에 6개로 흩어져 있던 S뱅크, 써니뱅크 등 은행앱을 하나로 통합해 선보인 앱으로 출시 1년6개월 만에 가입고객 1천만 명을 확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