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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오는 17일 최대 분수령을 맞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향방이 이날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17일 개최된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주총은 사외이사 선임건, 기업지배구조 등 경영투명성 개선을 위한 안건이 다뤄진다.
명예회장직 신설 안건은 이번 주총에 상정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안건이 변경된 데 대해 “명예회장 신설 건은 호칭에 관한 문제로 현행 정관을 변경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들은 17일 주총에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의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양쪽 모두 우호지분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주총이 끝나기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1 정도는 광윤사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다. 또 3분의 1 정도는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임원들이 콘트롤할 수 있는 자회사 등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분은 1.4%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또 가족과 기업경영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버지의 뜻에 반하더라도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통합경영권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양쪽에서 신 총괄회장의 도움 없이도 독자적 지지세력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 기업지배구조에 관련한 안건 등 2건으로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것이다. 두 안건 모두 기존정관을 바꿔야 하는데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신 회장을 지지하는 우호지분이 신 전 부회장 쪽보다 많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총 표대결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 회장이 한 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 회장은 한국롯데그룹은 물론이고 일본롯데그룹 임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롯데홀딩스의 실세인 츠쿠타 다카유키 대표도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신 회장은 또 L투자회사 12곳 모두에 등기도 마쳐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안건이 이번 주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쉽게 결말이 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일본 닛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이사교체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일본에 머물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을 앞두고 우호세력 결집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L투자회사 산하 9개 법인 대표이사에 신격호 총괄회장을 돌려놓으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부회장은 10일 L투자회사 9곳에 대해 새로운 변경 등기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받아 이를 접수한 것으로 보고 반격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신 전 부회장은 출국에 앞서 “아버지가 동생이 멋대로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취임해 화를 내셨다”며 “일본에서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신 전 부회장이 법적 소송에 나설 경우 신동빈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기 무효,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17일 주총 결과에 따라 일본롯데홀딩스 주주들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드러날 것”이라며 “그러나 법적소송 등 가능성도 남아 있어 주총이 끝나더라도 누가 승자가 될지 속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