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아슬란의 판매부진이 심각하다.
아슬란이 내수시장을 겨냥해 출시된 모델인 만큼 수출 등 다른 돌파구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현대차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아슬란이 조기단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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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지난해 10월 아슬란을 선보이고 있다. |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7월 한 달 동안 612대의 아슬란을 판매했다.
현대차는 2월까지만 해도 아슬란을 한 달에 1천 대 이상 팔았지만 지난 5월 판매량이 500여 대로 급감했다.
아슬란 판매량은 그 뒤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그랜저와 제네시스에 비해 초라하다.
현대차는 아슬란을 통해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고객을 노렸다. 하지만 그랜저가 한 달 평균 7천 대 이상 꾸준히 팔리고 제네시스도 한 달 3천 대 가량 팔리는 데 비해 아슬란 판매량은 눈에 띄게 적다.
현대차는 아슬란의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자 다양한 할인혜택과 시승체험 등을 제공하며 판매확대에 나섰다. 아슬란이 지난해 10월 출시된 신차였음에도 최대 600만 원의 할인이 제공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출시 7개월 만에 아슬란의 판매가격을 공식적으로 내리며 판매확대를 노렸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GM이 임팔라를 출시하며 경쟁상대로 그랜저만 지목한 점도 아슬란에게 굴욕을 안겼다. 임팔라 3.6리터 모델은 아슬란과 동급이지만 아슬란을 지목해봤자 별다른 홍보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이른 시일 안에 단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1995년 출시해 1998년 단종시킨 마르샤처럼 아슬란도 조기단종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물론 판매량이 적다고 모두 단종의 길을 밟지는 않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개발과 홍보에 많이 관여해 정의선 브랜드로 불리는 'PYL'에 속한 벨로스터, i30, i40도 판매량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들 세 차종은 지난 7월 모두 합쳐 570여 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올해 초 세 차종의 성능을 강화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판매량이 국산차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세 차종이 애초 많은 판매량을 노린 모델이 아니라 개성을 중시하는 일부 소비자를 노려 출시한 모델인 만큼 생산을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
이 세 차종은 현대차도 젊은층을 대상으로 개성있는 차량을 내놓고 있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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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차 사장. |
하지만 아슬란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량이 많은 준대형 세단인 만큼 판매량이 적은 데 대해 현대차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출로 돌파구를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는 아슬란을 내수시장 전용모델로 출시했다. 내수시장과 내수고객에 대한 분석을 거쳐 만든 모델인 만큼 출시할 때부터 '국내고객을 위한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때 아슬란 디젤 모델이 출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아슬란이 최대장점으로 정숙함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소음이 많은 디젤모델은 오히려 아슬란의 최대 장점을 깎아내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슬란의 판매량이 부진하지만 고객의 평가가 좋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승을 확대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려 한다”며 “아직 단종을 얘기하기에 이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