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가격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 경제계가 채권단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매각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자칫 지역감정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이 가격협상을 시작했지만 협상타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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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29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의 실무진이 만나 가격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워낙 커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면 채권단이 전체 의결을 거쳐 최종가격을 결정한 뒤 박 회장에게 통보하게 된다.
채권단이 지난 23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조218억 원의 가격을 박 회장에게 제시하면서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에 대해 “시장논리에도 어긋나고 모든 것을 다 찾아가겠다는 것”이라며 “미래에셋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 매각가격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회계법인의 실사결과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10% 정도 얹은 가격인 5800억 원을 채권단에 비공식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생각했던 금액의 2배에 이르는 매각가격을 채권단이 제시한 것이다.
일각에서 채권단이 금호산업을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 경제계의 반발이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경영자총협회는 29일 “채권단의 과욕이 금호산업 매각 자체를 무산시키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광주경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채권단이 제시한 가격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금호산업이 이대로 주인을 잃고 다시 매물로 나올 경우 과연 새 인수후보를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과연 어느 기업이 공정가치도 지키지 않은 가격 1조 원을 투입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광주경총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삼구 회장은 지난 5년 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뼈아픈 고통을 감내하며 경영정상화에 힘써 왔고 특히 박 회장은 22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고 무상감자에 동의하는 등 책임경영을 펼쳐왔다”고 덧붙였다.
호남 경제계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공중분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호남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채권단이 지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회계법인의 실사결과와 엇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재계 서열 25위다. 사실상 호남지역에 뿌리를 둔 마지막 그룹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고용창출 등으로 지역민들과 직간접적으로 묶여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지방세로 납부한 액수만 해도 222억 원이나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광주와 호남지역 출신자가 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채권단 가운데 가장 지분율이 높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도적으로 가격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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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남 출신이자 박 회장의 광주제일고 동문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어 지역 경제계의 시선이 더욱 곱지 않다.
채권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일부 채권은행들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제값을 받지 못할 경우 혈세낭비 논란도 피할 수 없다.
금호산업 주주들은 2010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금호산업 주식으로 주당 6만 원에 출자전환했다. 주당 5만9천 원도 채권단 입장에서 원금을 건질 수 없는 금액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